
미국 북서부의 큰 호수를 내려다보는 언덕에 부부가 지은 집이다. 아내는 이 지역에서 4대째 살아온 집안 출신으로 호수 근처 농장에서 자랐고, 남편은 군인 가정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이사를 반복해 ‘내 집’이라는 감각이 없었다. 남편은 이 동네에 와서야 처음으로 한곳에 뿌리내리고 싶어졌다고 한다.

땅에는 원래 아내 집안의 1969년식 이동식 주택이 있었다. 부부는 그 땅과의 인연은 지키되, 다 큰 자녀들과 앞으로 태어날 손주들까지 함께 쓸 집, 그리고 두 사람이 나이 들어서도 불편 없이 살 집을 원했다. 그래서 주요 생활 공간은 전부 1층에 두고 계단 없이 다니게 짰다.
외관

땅이 남향이 아니라 북동쪽으로 호수와 포도밭을 내려다보는 자리다. 설계를 맡은 쪽은 이 방향을 그대로 받아들여 집을 ㄱ자로 꺾었다. 꺾인 안쪽에는 서쪽의 따가운 햇빛이 막힌 아늑한 마당과 수영장 테라스가 생겼고, 생활 공간은 호수 쪽으로 열렸다.

외장재는 표면을 태운 탄화목과 마감하지 않은 철판 두 가지다. 둘 다 시간이 지나면 비바람과 사용 흔적으로 색이 변하는 재료라, 집이 낡는 게 아니라 익어가도록 골랐다.
현관

넓은 돌길이 유리 패널을 끼운 현관문까지 곧장 이어진다. 처마를 깊게 빼서 비가 와도 문 앞까지 젖지 않고, 해가 진 뒤에는 낮은 조명이 길을 밝힌다. 조경은 바위 몇 개와 절제된 식물로만 마무리했다.

안으로 들어오면 원목 천장과 같은 색 창틀이 흰 벽, 큼직한 숯색 바닥 타일과 만난다. 창을 따라 긴 붙박이 벤치를 짜 넣고 녹슨 주황색 방석을 올려 신발 신는 자리로 쓴다. 빛이 넉넉히 들어와 나무와 어두운 바닥, 흰 벽의 대비가 또렷하다.
거실

거실은 부부의 취향 차이가 합쳐진 공간이다. 아내는 군더더기 없는 모던한 건축을, 남편은 따뜻하고 전통적인 요소를 원했다. 절충안은 건물 형태는 모던하게, 안은 원목 천장과 노출 보, 흙색 계열의 소재로 채우는 것이었다.

거실을 비롯한 주요 공간이 1층에 모여 있어 나이 들어 계단이 부담스러워져도 생활에 지장이 없다. 트인 동선이 호수와 포도밭 쪽으로 이어져 실용적인 배치와 풍경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다이닝룸

다이닝룸은 다 큰 자녀들이 모이고 손님을 치르는 자리로 잡았다. 크고 짙은 색 식탁에 가죽 의자를 둘러 놓았고, 천장의 노출 보와 창밖 호수가 배경이 된다.
주방

주방은 좌우 벽의 수납장을 따뜻한 원목으로, 조리대 위 상부장을 짙은 회색으로 나눠 무게를 잡았다. 벽과 조리대에는 연한 회색 바탕에 무늬가 선명한 돌 하나를 길게 이어 붙였고, 가운데 아일랜드 바깥쪽에 어두운 색 의자를 붙였다.
마당과 수영장

ㄱ자로 감싼 마당 한가운데에 수영장이 있는데, 화물 컨테이너를 개조한 것이다. 집이 만든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어 바람과 시선이 막힌다. 지붕 덮인 테라스와 옥상 데크가 따로 있어 호수와 포도밭을 높이를 달리해 볼 수 있다.
계단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검정 철골에 원목 디딤판과 손잡이를 얹었다. 가는 와이어 난간이라 시야가 막히지 않고, 큰 회색 타일 바닥 위로 햇빛이 떨어져 나무와 쇠, 흰 벽의 대비가 드러난다. 계단 옆에는 원목 붙박이 수납장을 짜 넣었고,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를 조형물처럼 세워 두었다.
손주 방

2층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손주들을 위한 2층 침대 방이 있다. 언젠가 어린 식구들이 이 집에서 자고 갈 날을 미리 그려 넣은 것이다. 손님방들과 같은 층에 나란히 있다.
손님방

손님방은 흰 벽에 원목 창틀, 녹슨 주황색 누비 이불이 전부다. 방을 비워 둔 만큼 창 가득한 호수와 산이 방의 주인공이 된다.
욕실

욕실은 샤워 벽을 큼직한 회색 타일로 덮었다. 돌처럼 구름 무늬와 결이 살아 있어 색을 더하지 않고도 깊이가 생긴다. 무광 검정 수전과 벽에 파 넣은 수납 홈으로 마무리했다.
출처: syndicatesmit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