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북부 도시 한복판, 19세기에 지은 저택 건물 안에 있는 90평 아파트다. 사업을 하는 집주인과 어린 세 아이, 활발한 래브라도 한 마리가 사는 집인데, 공사 기간이 딱 8주였다. 그래서 설계를 맡은 쪽에서는 벽을 옮기지 않기로 했다. 원래 평면은 그대로 두고 가구와 색, 재료, 디테일만으로 집을 바꾼 것이다.

이 집에는 200년 세월이 남긴 것들이 있다. 베네치아식 테라조 바닥, 오래된 성당에서 떼어 와 천장에 붙인 17세기 문틀 두 짝, 다이닝룸 벽장의 골동품 문짝. 새 집은 이것들을 지우지 않고 오히려 출발점으로 삼았다. 바닥 테라조에 박힌 돌 조각의 색이 그대로 집 전체의 팔레트가 되었다.
우아하되 아이 셋이 뛰어다녀도 괜찮은 집. 모서리를 없앤 벽난로와 앞뒤로 앉는 소파가 그 두 조건을 한꺼번에 푼다.
거실

거실의 중심은 원래 있던 벽난로 자리다. 여기에 결이 흐르는 오닉스 돌을 조각처럼 구불구불 깎아 새 벽난로를 세웠다.

색은 바닥 테라조에서, 형태는 어느 원단의 물결 무늬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날카로운 모서리를 하나도 남기지 않은 건 어린아이들 때문이다.

소파는 앞뒤 양쪽에 앉을 수 있는 형태로 짜서 가족과 손님이 방의 어느 쪽에서든 모일 수 있게 했다. 그 선을 따라 황동과 철로 만든 콘솔이 놓인다.

천장에는 성당에서 가져온 17세기 문틀 두 짝이 복원되어 붙어 있는데, 이 화려한 천장과 그 아래의 현대적인 가구가 부딪히면서 거실만의 표정이 나온다.
바닥

원래 깔려 있던 베네치아식 테라조 바닥이 이 집 색의 출처다. 흙색과 황토색, 크림색, 초콜릿색, 따뜻한 빨강이 바닥에 박혀 있고, 가구와 마감재의 색을 전부 여기에서 골랐다. 오래된 바닥을 배경으로 깔고 넘어가는 대신 집의 기준으로 삼은 셈이다.
다이닝룸

다이닝룸에는 벽장 문으로 쓰이는 골동품 패널 두 짝이 있다. 이걸 가리지 않으려고 가구를 최대한 가볍게 골랐다. 식탁과 의자는 형태를 절제해 눈이 벽으로 가게 두고, 천장에는 투명한 유리에 금색 디테일과 엮은 듯한 질감이 있는 샹들리에를 달아 가볍게 마무리했다.
주방

주방은 작다. 대신 후드와 벤치까지 이 방에 맞춰 따로 짰다. 무광 황동으로 마감한 수납장에 결이 고르지 않은 원목 살 패널을 대비시켜 작은 방이 심심하지 않게 했다.

다이닝룸과 분리해 주방만의 성격을 주면서도 아이 셋 있는 집이 쓰기에 부족함이 없게 설비를 넣었다.
복도

긴 복도는 천장을 뜯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낮게 매달려 있던 천장을 걷어내자 건물을 잡아 주는 철제 타이로드가 드러났고, 복도가 한결 높아졌다. 양피지로 마감한 수납장과 조각 같은 황동 손잡이가 그 아래에 놓인다.
침실

침실은 방마다 다르게 꾸몄다. 한 방은 천을 씌운 헤드보드 뒤로 짙은 초록과 남색, 회갈색, 갈색이 섞인 기하학 무늬 벽지를 발랐다. 검은 사이드 테이블과 둥근 조명, 옅은 파랑 쿠션이 그 벽을 받친다.

다른 방은 더 차분하다. 곡선과 직선이 섞인 흙색 계열 무늬 벽 앞에 침대를 두고, 거울로 방을 넓혀 보이게 했다. 천장까지 닿는 붙박이장은 옅은 색 패브릭으로 마감해 수납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

딸 방은 연어색 계열에 나무 그림을 넣은 패널을 캐노피 침대 양옆에 세워 가장 부드러운 방이 되었다.
욕실

욕실도 같은 문법을 따른다. 테라조와 황동, 원목, 짙은 색이 형태만 바꿔 다시 등장한다. 세 아이가 매일 쓰는 곳이라 마감은 튼튼하게, 색과 질감은 집의 나머지와 이어지게 했다.
출처: lacasadibabet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