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게감이 없다. 그런데 비어 보이지 않는다. 약 675평 규모의 이 주택은 원래 스페인풍 건축 양식을 갖춘 주택이었다. 리모델링을 맡은 팀은 기존 양식을 지우는 대신 다른 방향을 택했다.

집 곳곳에 이미 있던 아치 구조를 오히려 핵심 모티프로 끌어올려, 출입구와 창문, 통로 전체에 리드미컬하게 반복시킨 것이다.

밝은 오크 헤링본 바닥재와 액자형 벽 몰딩이 곡선의 흐름에 질서감을 더하면서, 현대적이면서도 시대를 타지 않는 분위기가 완성됐다.

공간의 중심은 2층 높이의 유리 지붕 아트리움이다. 원래는 바닥이 움푹 들어가 타일로 마감된 채 집의 나머지 공간과 단절되어 있던 안뜰이었는데, 메인 층과 같은 높이로 올리고 천장을 유리로 마감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자연광이 위에서 쏟아져 내려오고, 오래된 나무들이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싼다.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이 안뜰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구조라, 집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결정된다.

가구는 거의 전부 맞춤 제작이다. 거실 소파, 식탁, 침대까지 인테리어와 건축이 같은 시각적 언어를 쓰도록 설계됐다.

다이닝룸의 식탁은 아치형 받침대 위에 흰색 오닉스 석판 두 장을 올린 구조로, 조립에만 15명이 투입됐다. 곡선형 계단도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라 하나의 건축적 요소처럼 다뤄졌다.


전체 색감은 흰색 계열로 통일되어 있지만, 소재는 제각각이다. 질감 있는 석고, 카라라 대리석, 트래버틴, 화이트 오닉스, 천연 참나무가 겹겹이 쌓이면서 대비 없이도 깊이감이 생긴다.

여기에 동그란 실내 창문 너머로 살짝 보이는 연두색 주방이 고요한 분위기를 깨지 않으면서 따뜻함을 더한다. 나뭇잎처럼 섬세한 형태의 조명 기구는 건축의 선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