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대가족 주택과 같은 부지에 새로운 집이 들어섰다. 새로운 가족 구성원들의 사생활을 보장하면서도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연 채광과 바람의 방향을 꼼꼼히 살펴본 후 건물의 위치가 결정됐다. 대지 경계를 따라 건물을 기울여 배치함으로써 사용 가능한 공간을 극대화했다.

이 과정에서 남서풍을 끌어들이는 안뜰이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하루 종일 공기가 흐르는 자연 환기 통로 역할을 하게 됐다.

가장 중요한 설계 목표는 장기적인 적응성이었다. 집주인은 아이들이 유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집을 원했다.

향후 20~30년 동안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모든 가족 구성원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각 연령대별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동시에 고려했다.

집의 중심에는 조각 같은 나선형 계단이 조용히 모든 것을 고정하고 있다. 부드러운 빛이 비추는 원형 공간 아래로 곡선을 그리며 위로 뻗어 올라가 1층과 2층을 마치 무중력 상태처럼 연결한다.

벽 뒤에는 여러 시스템이 겹겹이 쌓여 있지만 드러나지 않도록 숨겨져 있어 천장이 숨 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떠 있는 고리로 둘러싸인 천창은 단순한 디테일을 넘어 빛의 기억을 담고 있다. 아래에서 보면 계단은 빛나는 빈 공간을 형성하고, 위에서 보면 목재와 책으로 이루어진 원형 갤러리로 열려 사색과 따뜻함, 그리고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실내 전체에 걸쳐 개방감과 아늑함 사이의 섬세한 균형이 유지된다. 옅은 색의 참나무와 매끄러운 석고 마감재가 유리와 트래버틴 석재와 어우러져 일상생활을 편안하게 받쳐주는 촉각적인 평온함을 자아낸다.

주방에서는 하나의 천창을 통해 하늘이 실내로 들어와 깨끗한 표면 위로 천천히 움직이는 그림자를 드리운다.

다리와 복도는 단순히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가 아니다. 감정적인 전환의 장이기도 하다. 유리 복도는 집의 세 동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액자처럼 담아낸다.

통로를 지나갈 때마다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펼쳐진다.

모든 면에서 디자인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깊은 의도를 담고 있다. 수납공간은 벽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가구는 빌트인으로 제작되어 부드럽고 가볍다.

이 집은 요란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 않고, 그저 삶이 펼쳐질 공간을 품어준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서 모든 공간은 디자인과 추억으로 가득 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