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농가가 완전히 다른 집이 됐다. 약 182평 규모의 이 집은 전통 농가를 허물지 않고 그 뼈대를 살린 채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외관은 여전히 농가의 분위기를 품고 있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돌, 콘크리트, 목재가 층층이 쌓인 공간은 오래된 것과 새것이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인다.

이 집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중앙 공간이다. 원래 이 자리는 계단 하나로 위아래가 단절된 어두운 통로였다. 지금은 현관과 남쪽 정원을 이어주는 반외부형 공간으로 바뀌었다. 실내인데 실외 같고, 통로인데 머물고 싶은 곳이 됐다.

콘크리트 난간이 달린 계단은 단순히 층을 오르내리는 기능을 넘어 공간을 구획하는 역할을 한다. 계단 주변으로 빛이 쏟아지고, 식물이 자라고, 자연 소재들이 어우러지면서 이 공간은 마치 안뜰처럼 느껴진다.

계단을 올라가면 아늑한 스튜디오 공간이 나타난다. 위층에서 내려다보는 시선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시선도 모두 계산된 듯 아름답다.


주방 옆으로는 베란다가 이어진다. 단단한 벽과 유리를 번갈아 배치한 구조 덕분에 이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가 흐릿하다. 다이닝룸과 바비큐 공간이 자연스럽게 정원으로 연결되면서, 식사 한 끼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정원은 장식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처럼 작동한다.

소재 선택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드러운 색조와 천연 목재로 마감된 측면 공간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반면 중앙부는 돌과 콘크리트, 목재가 함께 쓰이면서 훨씬 강한 개성을 드러낸다. 같은 집 안에서도 공간마다 다른 온도가 느껴지는 건 이 소재들의 조합 덕분이다.

남쪽 외벽은 유리로 마감됐다. 농가 특유의 두꺼운 벽체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 실내와 실외가 시각적으로 단절되지 않도록 했다. 낮 동안 햇빛이 집 안 깊숙이 들어오고, 저녁에는 실내의 빛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 집이 하루 종일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인다.


오래된 것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삶의 방식을 얹은 집. 시간이 쌓인 공간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