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과 거실을 아예 다른 건물로 나눈 집” 중정으로 이은 신축 단독주택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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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3평짜리 집이 있다. 콘크리트와 유리, 그리고 나무. 재료는 단출하지만 이 집이 만들어내는 공간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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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두 개의 덩어리로 나뉜다. 하나는 침실이 있는 공간, 다른 하나는 거실과 주방이 있는 공용 공간. 이 두 덩어리는 서로 마주 보며 서 있고, 그 사이에 테라스가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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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는 단순한 외부 공간이 아니다. 침실에서 거실로 이동하는 동선이 이 테라스를 통해 이어지고, 집 전체를 하나로 묶는 중심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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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유리문을 열면 실내와 바깥의 경계가 사라진다. 울창한 나무와 언덕의 풍경이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다. 각 덩어리 위에는 완만하게 뻗은 지붕이 얹혀 있는데, 이 지붕은 단순히 비를 막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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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위치에 창문을 두어 실내에 쌓인 더운 공기를 자연스럽게 밖으로 내보내는 환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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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어디에서든 정원이 보인다. 공용 공간과 침실 사이에 자리한 좁고 긴 중앙 정원이 그 역할을 한다. 이 정원은 시각적인 연결뿐 아니라 공기의 흐름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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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통해 들어온 바람이 집 전체를 순환하면서 에어컨 없이도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한다. 침실이 있는 건물 위에는 옥상 테라스도 마련되어 있어, 맑은 날이면 주변 언덕과 자연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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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재는 주변 숲에서 힌트를 얻었다. 콘크리트와 회색, 흰색처럼 차분하고 중성적인 색조가 기본을 이루고, 일부 벽면에는 가공하지 않은 돌의 거친 질감을 그대로 살렸다. 여기에 목재를 전략적으로 더해 따뜻함을 불어넣었다. 숲을 압도하려는 집이 아니라, 숲 안에 조용히 녹아드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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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으로도 이 집은 땅에 최소한의 흔적만 남기려 했다. 집 전체가 기둥 위에 올라가 있어 지면과 살짝 떠 있는 형태다. 덕분에 바닥 아래로 공기가 순환하고 내부 습기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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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땅 고르기 없이 지형 그대로를 살려 지었기 때문에 빗물이 흐르는 자연스러운 방향도 그대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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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딩 유리벽은 나무와 바깥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이고, 깊게 뻗은 처마는 강한 햇빛과 비를 막으면서도 자연 채광을 충분히 확보한다.

지붕에 모인 빗물은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된다. 화려한 장치 없이도 이 집이 쾌적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처음 설계할 때부터 자연의 원리를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