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의 색을 그대로 끌어올린 집이 있다. 약 75평 규모의 이 단층 주택은 자연공원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설계의 출발점은 단순했다. 주변 지형의 붉은 흙빛을 건물 자체에 녹여내는 것. 그 결과, 멀리서 보면 집인지 땅인지 구분이 어려울 만큼 풍경 속에 스며든 건물이 완성됐다.

이 집은 어린 자녀 두 명을 둔 부부를 위해 지어졌다. 부부 중 한 명은 어린 시절 여름을 이 땅 근처에서 보냈고, 오랜 해외 생활 끝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야외 활동이 일상이었던 15년간의 호주 생활을 마치고, 가족은 자연과 가까운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집의 구조는 두 덩어리로 나뉜다. 주방과 다이닝룸, 거실이 모인 공용 공간과, 안뜰을 중심으로 침실들이 배치된 개인 공간이다. 이 두 영역은 기능적으로 분리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하나로 이어진다.


높이 솟은 공용 공간은 오후 햇살을 가득 받으며 탁 트인 바깥 풍경을 향해 열려 있고, 안뜰을 품은 개인 공간은 그늘지고 조용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설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택은 재료다. 붉은색 계열로 착색한 콘크리트를 구조재이자 마감재로 동시에 사용했다.

별도의 마감 없이 콘크리트 표면 그 자체가 벽이고 천장이다. 목재 거푸집을 사용해 타설한 덕분에 표면에는 나무결 질감이 그대로 남아 있어,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콘크리트에 손으로 만든 듯한 온기가 배어 있다.

아치형으로 이어지는 천장 구조가 공간들 사이를 자연스럽게 구분한다. 조각품처럼 연속되는 이 아치는 단순한 구조적 요소가 아니라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붉은 벽면 사이로 커다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초록빛 풍경이 강렬한 색 대비를 만들어낸다.

이 대비는 욕실까지 이어진다. 마스터 침실 욕실에는 녹색 세라믹 타일이 붉은 마감재와 나란히 놓여 있다. 바깥의 참나무 숲과 집의 붉은 외벽이 만들어내는 색의 관계를 실내에서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안뜰에는 공사 중 땅을 파다 발견한 커다란 바위가 그대로 남아 있다. 제거하는 대신 벽면에 통합해 디자인의 일부로 만들었다. 외부 식생도 최대한 손대지 않았다. 건물을 앉히기 위한 최소한의 작업만 했을 뿐, 나머지는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다.

참나무 그늘과 오후 햇살이 교차하는 이 집은, 자연을 배경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연 안에 녹아드는 방식을 택했다. 땅에서 솟아오른 듯한 붉은 콘크리트 덩어리가 가족의 일상을 조용히 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