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이 거의 없다. 그런데 밋밋하지 않다. 오프화이트 벽, 그레이지 톤 이탈리아산 석회석 바닥, 칼라카타 대리석 카운터, 다크 스테인 오크 수납장.

이 집의 컬러 범위는 사실상 이게 전부다. 그럼에도 공간이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 건, 색 대신 소재와 질감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패밀리룸 소파는 모헤어 원단으로 제작됐다. 결이 있는 소재 특성상 보는 각도에 따라 같은 패브릭이 두세 가지 톤으로 달리 보인다.

다이닝룸 의자와 침실 로만 쉐이드에는 벨기에산 린넨을 사용했는데, 실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아 빛이 닿는 방향마다 표면이 조금씩 다르게 반응한다.

덴마크에서 들여온 쉐어링 소재 의자, 패밀리룸의 울 러그, 안방의 체크 패턴 주트 러그, 주방 바 스툴의 위빙 러시, 침대의 스웨이드까지.

소재는 계속 바뀌지만 색은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이 집이 선택한 방식은 컬러 대신 촉감의 다양성으로 공간에 깊이를 만드는 것이다.

석재도 같은 논리로 배치됐다. 광택을 죽인 석회석 바닥은 빛을 흡수하고, 매끄러운 대리석 카운터는 빛을 흘려보낸다. 같은 돌이라도 마감 방식에 따라 공간 안에서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다크 오크 수납장은 이 집에서 가장 강한 대비를 만드는 요소로, 부드러운 톤들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는다.

구조적으로는 오픈 플랜이 아닌 분리형 구조를 택했다. 패밀리룸, 다이닝룸, 주방이 하나로 트이지 않고 아치형 문으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덕분에 각 공간의 소재 조합이 서로 섞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읽힌다.

금속 소재도 세심하게 골랐다. 황동 수전과 황동 조명이 그레이지 팔레트 전반에 따뜻한 기운을 더하고, 외부 홈통에는 구리를 사용해 실내의 소재 언어를 바깥까지 이어간다.

두 소재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변색되도록 의도된 선택이다. 아치형 철제 도어와 철과 유리를 조합한 커피 테이블은 어두운 대비를 더해, 섬세한 톤 차이로 구성된 공간에 선명한 윤곽을 부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