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선 벽을 없애는 대신 더 강조했다. 3층 구조의 이 펜트하우스는 1980년대 후반 모더니즘 건축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완만하게 휘어진 벽, 극적인 반원형 창문. 보통이라면 리모델링 과정에서 지워버릴 법한 요소들이지만, 이 집의 디자이너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오히려 그 곡선들을 더 다듬고 부각시켜 건물 고유의 건축적 언어를 살리는 방식으로 공간을 재구성했다.

30대 창작 커플을 위해 완성된 이 집은 소재 선택에서도 뚜렷한 방향성을 보인다. 꿀빛으로 착색한 화이트 오크, 트래버틴, 녹색 대리석이 공간 곳곳에 깔리며 따뜻하고 입체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사막의 건조한 온기, 열대 지역의 풍성함, 서부 해안의 여유로운 감각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그 흔적은 직접적인 표현보다 소재와 질감 속에 은은하게 녹아 있다.

벽지는 단순한 마감재가 아니라 건축적 요소로 쓰였다. 삼베에서 영감을 받은 벽지가 안방을 감싸고, 코르크 소재 벽지는 서재에 촉각적인 깊이를 더한다. 풍성한 식물 패턴의 벽지는 벽면을 넘어 천장까지 이어지며 각 방을 독립된 분위기로 완성한다.

디자이너는 정글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패턴과 질감을 겹겹이 쌓아 공간마다 다른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그 영향을 잘 보여준다.

3층은 이 집에서 가장 강렬한 공간이다. 벽과 천장, 문과 몰딩까지 거의 모든 표면에 테라코타 색상의 회반죽이 칠해져 있다. 단일 색상으로 마감된 가족실은 하루 동안 들어오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색감이 미묘하게 달라지며, 뉴트럴 톤의 가구와 꿀빛 우드 소재가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준다.

실내와 실외의 연결도 이 집의 핵심이다. 여러 개의 발코니와 테라스가 거의 모든 방에서 이어지며, 메인 층에서는 주방, 다이닝룸, 거실, 외부 테라스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천장이 높은 거실은 위층들을 시각적으로 이어주는 역할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