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방이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집 전체를 보면 하나의 언어로 쓰인 것처럼 읽힌다. 7인 가족을 위해 설계된 이 집은 북향 대지라는 조건을 약점이 아닌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거실과 주요 생활 공간은 부드러운 북쪽 채광을 받아들이도록 배치했고, 침실은 북쪽과 동쪽 가장자리에 두었다. 드레스룸과 욕실은 서쪽 면에 몰아 오후의 직사광선이 침실까지 닿지 않도록 막는 구조다.

입구부터 시선을 붙잡는다. 분홍빛 대리석 계단이 공중에 떠 있는 듯 이어지고, 그 끝에는 녹슨 금속 질감의 문이 서 있다. 조각적인 손잡이와 천장에 매달린 화분까지, 현관 하나에 이 집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실은 두 개다. 메인 응접실과 거실 사이에 회전식 TV가 내장된 파티션을 두어, 평소에는 두 공간을 분리해 쓰다가 대가족이 모이는 날에는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열 수 있다.

파티션 주변에는 숨겨진 수납공간과 서비스 패널이 배치되어 있어 기능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지 않게 처리된다.

공용 공간 한켠에는 홈 오피스 라운지가 자리한다. 나무와 금속으로 만든 격자 파티션이 공간을 부드럽게 나누면서도 자연광과 시야는 그대로 유지한다.
원형 금속 선반이 수납과 조형적 역할을 동시에 하며, 가족 구성원 누구든 집의 흐름에서 단절되지 않은 채 일하거나 공부할 수 있는 구조다.

침실은 방마다 성격이 다르다. 한 방은 회색 질감 벽 패널과 검은 바닥재, 강렬한 파란색 가구로 꾸며져 있다.

다른 방은 물결무늬 벽 패널이 벽면 전체에 움직임을 만들고, 실내 그네까지 달려 있다. 안방은 사암 마감재와 황산 상감 장식이 들어간 헤드보드, 은은한 바다색 포인트로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드레스룸과 욕실에는 각 가족 구성원의 필요에 맞춘 수납이 세분화되어 있다. 전용 수납장, 신발장, 맞춤형 화장대까지, 기능 공간임에도 설계의 밀도가 거실과 다르지 않다.

앞쪽 방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유리를 통해 넓은 발코니로 연결된다. 전통 목조 데크 형식으로 높게 만들어진 발코니는 주변 경관을 내려다보며 앉기 좋은 구조로, 서쪽 외벽의 조각적인 요소들이 이 공간에도 깊이감을 더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