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 바다가 창문 너머에서 숨 쉬는 집이 있다. 시각 예술가이자 공예가인 집주인이 꿈꾼 건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었다. 아늑하면서도 열려 있고, 쉬면서도 만들고, 혼자이면서도 누군가를 맞이할 수 있는 곳. 그 바람이 경사진 숲 위에 182평짜리 집으로 현실이 됐다.

집은 두 개 층으로 나뉘어 있고, 약 48평 규모의 별채가 다리 하나로 본채와 이어진다.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 사이를 오가는 동선이 그 다리 위에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걸어서 건너는 짧은 거리지만, 그 이동이 일상과 창작 사이의 경계를 만들어준다.


본채 위층에는 메인 침실과 거실, 다이닝룸이 자리한다. 넓게 펼쳐진 유리창 너머로 만의 풍경이 펼쳐지고, 빛의 각도와 물 위를 지나는 배의 움직임이 하루 종일 조용히 바뀐다. 창이 크다는 건 단순히 전망이 좋다는 뜻이 아니다. 숲과 물이 실내 풍경의 일부가 된다는 의미다.


아래층은 다른 결의 공간들이 모여 있다. 게스트룸 두 개, 서재, 헬스장, 사우나가 층 아래에 배치되어 있고, 이 공간들은 넓은 데크와 온수 욕조, 야외 샤워 시설로 이어진다. 바깥과 안이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 구조다.

별채는 온전히 만드는 일을 위한 공간이다. 위층에는 판화 작업실, 아래층에는 목공 작업실이 들어서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숲과 물이 작업의 배경이 되고, 때로는 영감의 원천이 된다. 모든 방이 바깥을 향해 열려 있다는 설계 원칙이 이 별채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다.


자재 선택에도 분명한 태도가 있다. 현지에서 조달한 목재, 콘크리트, 금속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 재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환경과 닮아간다. 유지 관리가 쉽고 오래 쓸 수 있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지만, 집이 자연 속에서 낯설지 않게 자리 잡도록 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


에너지 설계도 꼼꼼하다. 경사면에 지어진 덕분에 땅의 온도가 연중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고성능 유리창과 단열 구조가 열 손실을 줄인다. 지붕에서 모은 빗물을 여과해 관개와 생활용수로 활용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지속가능성이 선택이 아니라 설계의 출발점이었다는 게 공간 곳곳에서 읽힌다.

이 집은 쉬는 곳이면서 동시에 만드는 곳이다. 자연을 바라보는 곳이면서 자연 안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집과 숲과 물 사이의 경계가 어디서부터인지, 이 집에서는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