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가운데 계단이 있다” 빛을 타고 내려오는 원목 계단이 만든 단독주택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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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집닥이 정답인 이유

집 한가운데 계단이 있다. 그런데 이 계단은 단순히 위아래를 잇는 통로가 아니다. 1950년대에 지어진 단층 방갈로를 리모델링한 이 집은, 기존의 바닥과 외벽을 그대로 살리면서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오래된 구조를 허물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층을 쌓아 올렸고, 부지의 완만한 경사를 활용해 뒤쪽 1층을 낮춰 정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결과적으로 집은 네 개의 층으로 나뉘었고, 각 층은 서로 살짝 어긋나며 겹쳐진다.

이 구조가 만들어낸 가장 큰 변화는 ‘멈출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다. 창가 벤치, 아늑한 코너, 그물 해먹처럼 잠깐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자리들이 집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어디서든 시선을 돌리면 바깥 정원이나 나무 그늘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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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중심에는 원목 계단이 있다. 단단한 나무 원목으로 만들어진 이 계단은 위쪽 채광창을 통해 햇빛을 끌어들이고, 그 빛이 계단을 타고 내려오며 하루 종일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집 전체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공간 배치는 앞과 뒤, 공용과 사적 영역을 은근하게 나눈다. 주요 생활 공간은 정원 쪽으로 열려 있고,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작은 공간들은 집 앞쪽에 모여 있다. 개방형 구조 대신 각자의 분위기를 가진 여러 개의 작은 공간들이 층층이 이어지는 방식이다.

새로 올린 상층부는 부모 공간과 아이들 공간을 계단식으로 분리했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가 느껴지도록 연결되어 있다. 건축주는 이 집에서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숨바꼭질을 하고, 각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외관에는 탄화 처리된 목재 마감재를 사용해 기존 건물의 흰색 질감과 대비를 이룬다. 지붕에는 따뜻한 공기를 내보내는 환기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자연 환기와 채광을 동시에 해결한다. 빛은 하루 동안 다양한 소재에 반사되고 흡수되며 끊임없이 변하는 배경을 만들어낸다.

내부 색상은 흰 벽을 피하고 싶다는 건축주의 바람에서 출발했다. 흙빛 계열의 색조가 공간 전체를 감싸고, 호주산 원목과 무늬목 패널이 계단, 팬트리, 가구, 코너 공간 곳곳에 쓰였다.

타일과 테라조도 같은 자연스러운 색감으로 맞춰져 작은 공간마다 개성을 더한다. 원목 액자 레일과 타일 띠 같은 수평 요소들이 집 전체를 일관되게 이어주며 동선을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조경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집 안팎에 다양한 녹지 공간이 조성되었다. 실내 안뜰은 여러 공간에 정원 풍경과 자연광을 들여오고, 뒤뜰 데크는 잔디밭 위에 살짝 떠 있는 형태로 설계되어 거실 창가에 앉으면 식물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느껴진다.

지속가능성도 놓치지 않았다. 기존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고, 철거 폐기물을 줄이고,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 저장 장치를 갖춘 100% 전기 주택으로 완성했다.

건축주는 이 집에서 살면서 속도를 늦추게 되었다고 말한다.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 창밖으로 피어나는 초록빛 같은 소소한 것들을 음미하는 법을 배웠다고. 집이 사람을 바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