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관 문을 열자마자 색이 먼저 말을 건다. 짙은 녹색이 문턱부터 바닥, 벽, 천장까지 이어지며 공간 안으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단순히 포인트 컬러를 쓴 게 아니라, 색 자체가 동선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나무 소재의 격자형 칸막이가 현관 한쪽을 정리하는데, 빛과 공기는 통과시키면서 잡동사니는 가려주는 구조다. 낮은 벤치와 붙박이 수납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가방을 내려놓거나 음반을 고르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귀가 루틴이 된다.

약 15평 규모의 이 복층 아파트는 기존 발코니를 실내로 통합해 1층 전체가 하나의 길고 탁 트인 공간으로 이어진다. 공간을 나누는 건 벽이 아니라 바닥 마감재다.

주방, 거실, 이동 동선마다 서로 다른 마감을 적용해 칸막이 없이도 각 영역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눈으로 읽힌다.

주방 한가운데 놓인 슬라이딩 확장형 테이블이 이 집의 핵심이다. 조리대로도, 식탁으로도, 작업대로도 쓸 수 있어 하루 중 필요에 따라 역할이 바뀐다.

주변 캐비닛은 합판 단면을 그대로 드러낸 전면 마감에 스틸 소재를 더해 빛을 반사시키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튜디오 작업실 같은 분위기가 난다.

거실 쪽 가구도 모두 맞춤 제작이다. 선반, 칸막이, 수납장이 퍼즐처럼 맞물려 있고, 좌석 일부는 테이블이나 발받침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높은 창문으로는 바깥 녹음이 그대로 들어와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흐려진다. 인공 조명은 최소화해 햇빛이 사라질 때만 켜지도록 했다.

위를 올려다보면 얇은 난간과 녹색 패널로 포인트를 준 메자닌이 거실 위로 떠 있는 듯 얹혀 있다.


흙빛 벽과 꿀색 원목 바닥이 따뜻한 색감을 만들고, 격자형 칸막이가 벽 대신 시선과 햇빛을 걸러낸다. 통로를 따라 배치된 선반과 거울은 좁은 복도를 답답하지 않게 만드는 장치다.

침실은 맞춤 제작 목재 가구로 바닥을 최대한 비워냈다. 침대 헤드보드 안에 조명과 콘센트가 내장되어 있고, 붙박이장은 복층 구조의 수직 공간을 활용해 방 옆에 세로로 배치됐다. 부드러운 커튼이 햇빛을 은은하게 퍼뜨리며 침실 전체를 차분하게 감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