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돌로 쌓은 집인데, 빛이 새어 들어온다. 밀집된 주거 지역 한복판에 자리한 193평 규모의 이 주택은 서쪽을 향한 길쭉한 대지 위에 세워졌다. 서향이라는 조건은 보통 강렬한 오후 햇빛을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는 뜻이지만, 이 집은 그 문제를 벽으로 막는 대신 벽돌 스크린으로 걸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빛을 차단하는 게 아니라 조율하는 집이다.

외벽을 감싸는 벽돌 스크린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구멍이 뚫린 벽돌 패턴이 바람을 통과시키고, 강한 햇빛을 분산시키며, 외부 소음까지 걸러낸다.
실제로 이 집의 건축주는 소리에 민감한 상태를 갖고 있어, 설계 단계부터 청각적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했다고 한다. 벽돌 한 장 한 장의 배치가 단순한 미감이 아닌 생활의 필요에서 비롯된 셈이다.

입구에서부터 집은 천천히 자신을 드러낸다. 픽셀처럼 구멍이 뚫린 금속 대문을 열면 주차 공간이 나타나고, 그 안쪽으로 조경된 마당과 지붕이 달린 입구 공간이 이어진다.

파티 공간으로도 쓸 수 있도록 설계된 이 마당은 덩굴 식물이 타고 오르는 격자 구조물과 나무 천장이 달린 야외 거실로 연결된다.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하나의 공간 경험이 시작되는 구조다.

벽돌 스크린은 파사드를 가리는 동시에 내부에 살아 움직이는 그림자 패턴을 만들어낸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그늘의 흐름이 집 안 곳곳에 스며든다. 그 위로 커다란 떠 있는 듯한 차양이 덮여 있어, 열기와 소음을 한 번 더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1층 내부는 거실, 가족실, 다이닝룸, 주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개방형 구조다. 중앙 통로를 기준으로 공간이 흐르고, 한 단 높여 설계된 다이닝룸은 남쪽 창문을 통해 은은한 자연광을 끌어들인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마스터 침실은 스크린 뒤에 숨어 있고, 덩굴이 늘어진 베란다와 연결된다. 딸의 방에는 루버가 설치되어 빛의 양을 직접 조절할 수 있고, 손님방은 조용한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공용 서재 겸 라운지는 홈 오피스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복층 구조의 다이닝룸 덕분에 위아래 공간이 시각적으로 연결된다.

2층에는 반쯤 열린 안뜰이 있다. 벽돌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은 행사나 모임을 위한 장소로 쓰인다. 앞쪽 테라스 정원은 라운지를 바깥으로 확장하고, 커다란 부유식 슬래브와 금속 캐노피가 그 공간 전체를 감싸 안는다.

마감재는 절제되어 있다. 노출 콘크리트, 벽돌, 금속 프레임, 알루미늄 창문이 주를 이루고, 소나무 결이 찍힌 콘크리트 요소가 소재들 사이의 온도를 맞춰준다.

내부는 파스텔 톤 직물과 부드러운 기하학 형태의 조명, 테라코타 질감의 벽화, 정교하게 조각된 사당 문으로 채워져 있다. 건축의 단단함과 인테리어의 부드러움이 서로를 상쇄하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