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동부의 호숫가, 백 년 넘게 별장 동네였던 산자락에 새로 지은 집이다. 집주인 부부는 이 땅에서 수십 년을 지냈는데, 원래 있던 별장은 1960년대에 창고를 개조한 것이라 낡을 대로 낡은 상태였다. 부부는 그 집을 헐고 같은 자리에 오래 쓸 새 집을 짓기로 했다.

건축가는 이 지역의 옛 통나무 별장과 숲 곳곳에 굴러다니는 거대한 바위에서 실마리를 잡았다. 집 모양은 누구나 아는 박공지붕 상자 그대로 두고, 거기에 커다란 지붕창을 뚫고 집 안에는 바위 같은 덩어리를 세웠다. 옛것을 흉내 내지 않으면서 옛것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외관

직사각형 몸통에 박공지붕을 얹은 형태는 어린아이가 그리는 집 모양과 같다. 백 년 전 이 동네에 지어진 초기 별장들도 대개 이런 꼴이었다고 한다. 그 익숙한 실루엣 위에 크기가 남다른 지붕창 여러 개를 냈다.

이 지붕창은 그냥 창이 아니다. 유리를 벽면보다 안쪽으로 깊숙이 들여놓아 그 앞에 작은 야외 공간이 생기게 했고, 움푹 들어간 안쪽 면은 바깥 외장재와 다른 나무로 마감해 대비를 주었다. 실내도 바깥도 아닌 중간 지대가 지붕마다 하나씩 붙어 있는 셈이다.

외장재는 나무가 주재료다. 살대로 짠 가림벽 한쪽에 붉은 포인트를 넣었는데, 옛 통나무집에서 통나무 끝 단면을 빨갛게 칠하던 풍습을 빌려온 것이다. 창가에 짜 넣은 붙박이 벤치도 이 지역 옛 별장에서 흔히 보던 자리를 되살린 것이다.
다이닝룸과 주방

1층의 다이닝룸과 주방은 벽을 세우지 않고 밖을 향해 열어 두었다. 호수와 숲이 보이는 쪽으로 창을 내고, 집 안을 오가는 동선이 자꾸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게 짰다.

실내를 정리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욕실이나 수납 같은 기능은 벽 대신 독립된 덩어리 안에 넣어 방 한가운데 세웠다. 숲에 놓인 바위처럼 이 덩어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움직이게 되니, 벽으로 방을 자르지 않고도 아늑한 구석과 트인 공간이 번갈아 나온다.
다목적실과 복도

1층에는 가족이나 손님이 묵을 수 있는 다목적실이 있다. 지금은 손님방이지만 식구 구성이 바뀌면 다른 용도로 바꿔 쓸 수 있게 열어 두었다.

복도와 욕실도 이 독립된 덩어리 사이에 끼워 넣었다. 덩어리를 돌아 나갈 때마다 창 너머로 숲과 호수가 다른 각도로 보이는데, 바깥에서 나무와 바위 사이를 걷는 감각을 집 안에서 되풀이하는 셈이다.
2층 거실

이 집은 거실이 2층에 있다. 안방에서 이어지는 확장된 공간으로 만들어 부부의 사적인 영역과 가깝게 두면서, 집 전체를 관통하는 트인 시야는 그대로 살렸다.

지붕창이 여기서 진가를 발휘한다. 깊숙이 들여놓은 유리 앞의 움푹한 공간이 바깥을 한 발 더 가까이 끌어당기고, 시간에 따라 방의 표정이 바뀐다. 부부는 낮의 햇빛과 밤의 달빛이 방을 얼마나 다르게 만드는지 자주 이야기한다고 한다.
안방과 안방 욕실

안방은 2층 거실과 한 묶음이다. 트인 집 안에서 유일하게 닫힌 순서를 만드는 공간이다.

딸린 욕실은 집 전체의 절제된 재료를 그대로 잇되, 둥근 거울 하나로 예상 밖의 표정을 넣었다.
지하 사우나

계단은 두 개 층을 지나 지하까지 이어진다. 지하에는 사우나가 있다. 사람 드나드는 층 아래에 두어 집에서 가장 조용하고 사적인 자리가 됐다.
출처: appareilarchitectu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