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이 집의 형태를 결정했다.

약 83평 규모의 이 집은 측면과 후면이 환경 보호 구역과 맞닿아 있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나무들을 그대로 살리면서 집을 앉혔고, 그 덕분에 자연스러운 그늘이 만들어졌다. 외부 녹지와 보호 구역 사이로 펼쳐지는 교차 경관은 어느 방향에서 바라봐도 시선이 막히지 않는다.

공간 배치는 처음부터 달랐다. 보통의 집이라면 거실이나 다이닝룸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을 앞쪽에 두지만, 이 집은 반대로 접근했다.

개인적인 공간과 업무 공간은 도로와 가까운 앞쪽에 배치하고, 여럿이 함께하는 사교 공간은 부지 안쪽 깊숙이 두었다. 뒤편 녹지를 향해 살짝 높게 올려 설계된 덕분에, 그 공간에 앉으면 숲이 눈높이에 들어온다.

이 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은 실내도 실외도 아니다. 지붕이 덮인 야외 생활 공간이 집 전체의 중심을 잡고 있다. 안과 밖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구조 덕분에, 이 집에서의 일상은 마치 바깥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붕은 경사진 커다란 콘크리트 평면으로 마감했다. 바람의 흐름과 햇볕의 방향을 계산해 기울기를 정한 것으로, 단순한 지붕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으로 기능한다. 밤이 되면 이 경사진 지붕 위에서 별을 바라볼 수 있다. 집의 어느 부분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지는 디테일이다.

환경에 대한 태도도 설계 전반에 녹아 있다. 빗물을 모아 저장하고 다시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추었고, 주변 숲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집이 스스로 환경적으로 잘 작동하도록 설계되었다. 자연을 배경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집 안에 구조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나무 그늘 아래, 숲을 향해 열린 이 집은 자연이 먼저 말을 걸고 건축이 그에 답한 결과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