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벽 끝에 집이 있다. 수년간 아무도 손대지 않은 땅이었다. 초목이 워낙 무성해 발을 들여놓기조차 어려웠던 곳. 몇 주에 걸쳐 풀과 덤불을 걷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바위 하나가 남쪽을 향해 탁 트인 전망을 품고 있었다. 멀리 여러 마을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자리였다.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방치된 땅에 새로운 쓸모를 찾아주는 것, 그것이 출발점이었다. 부지를 천천히 걸으며 살펴보니 자연스럽게 비어 있는 공터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와 나무 사이, 바위와 경사면 사이에 집 네 채가 들어설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이 지역의 숙박 시설 대부분이 혼자 또는 둘이 머무는 작은 오두막 형태라는 점에 착안해, 가족이나 친구 여럿이 함께 쓸 수 있는 두 개의 침실을 갖춘 집을 짓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진입로였다. 대문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길을 만들어야 했는데, 조건은 단 하나였다. 나무를 베지 않는 것. 그 결과 길은 곧게 뻗지 않고 구불구불 휘어졌다.

나무를 피하고, 바위를 돌아가고, 경사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길이 만들어졌다. 집을 배치할 때도 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자연이 비워둔 자리에만 건물이 들어섰다.

계획했던 네 채 중 두 채가 먼저 완성됐다. 두 집은 같은 구조를 공유하면서도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돌이 대량으로 나왔는데, 그 양이 집 한 채를 짓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하나는 돌로 쌓아 파란색으로 마감한 집이 됐고, 다른 하나는 벽돌에 회반죽을 발라 노란색으로 완성됐다. 빗물받이, 창틀, 문, 지붕 기와에 각 집의 주된 색상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집 전체에 통일감이 흐른다.

내부 구성은 단순하다. 두 개의 침실, 주방이 붙어 있는 거실, 그리고 화장실이 딸린 베란다. 모든 방이 바깥 풍경을 향해 열려 있다. 설계의 핵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였다. 경치가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것. 가구도, 마감도, 창의 위치도 모두 그 한 가지 목적을 위해 결정됐다.

절벽 가까이에 집을 짓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안개가 계곡을 가득 채우는 계절이 되면, 집은 구름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장면 하나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마감은 군더더기 없이 정직하다. 바닥은 구운 시멘트, 지붕은 단열 성능이 좋은 세라믹 기와로 마감했다.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은 금속 홈통을 타고 바닥 아래 설치된 물탱크로 모인다. 각 집 앞에는 야외 화덕이 있어, 산간 지역 특유의 서늘한 밤에 불을 피워 앉을 수 있다.

약 42평 규모의 이 두 집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자연 앞에서 건축은 조용해야 한다는 것.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곳에서는, 잘 지은 집 하나와 최소한의 손길만으로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