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은 붉은색, 2층은 회색” 층마다 다른 소재로 완성한 106평 단독주택

이정수

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소정의 수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Local Local

오래된 돌벽 안에 이토록 밝고 산뜻한 집이 숨어 있다. 1800년대에 지어진 신고전주의 양식의 타운하우스를 개조한 이 집은 약 106평 규모다. 좁은 돌길 골목 사이에 자리 잡은 외관은 수백 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Local Local

1990년대에 한 차례 리모델링을 거쳤던 이 집은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광택 있는 대리석과 무거운 목재 마감재가 공간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고, 건물이 가진 역사적인 분위기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이번 개조는 그 무게를 걷어내는 작업에서 시작됐다.

Local Local

이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는 두꺼운 석조 벽 안에 빛을 들이는 것이었다. 당시 건축 방식 특성상 창문이 많지 않아 자연광이 부족했는데,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했다. 벽, 천장, 가구까지 거의 모든 면을 흰색으로 통일한 것이다. 색을 덜어낼수록 공간은 더 넓어 보이고, 빛은 더 멀리 퍼진다.

Local Local

1층 바닥은 테라조로 새롭게 마감했다. 거실에는 강렬한 붉은색 테라조를 깔아 차분한 흰 공간에 온기와 대비를 동시에 불어넣었다.

Local Local

주방과 욕실에는 밝은 회색빛 테라조를 선택해 작은 공간에서도 빛이 반사되도록 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밝은 회색 원목 참나무 바닥이 이어지며, 층마다 다른 소재가 자연스럽게 공간의 성격을 구분해준다.

Local Local

안뜰도 완전히 달라졌다. 무성하게 자라 있던 나무들을 정리하고 벽을 새로 칠하자, 어둡고 방치된 느낌이던 공간이 햇빛 가득한 생활 공간의 연장선으로 탈바꿈했다. 옥상 테라스에서는 층층이 쌓인 지붕들과 멀리 아크로폴리스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Local Local

집 안 곳곳의 디테일은 지역 장인의 손을 거쳤다. 고전적인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맞춤형 책장, 라디에이터 커버, 걸레받이가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Local Local

어둡고 무거웠던 나무 계단은 부드러운 회색으로 다시 칠해 수직 공간에 산뜻함을 더했고,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에는 맞춤 수납장을 짜 넣어 실용성도 챙겼다.

Local Local

거실 벽난로는 섬에서 가져온 녹색 대리석으로 재건했다. 흰 벽 앞에 놓인 녹색 대리석 벽난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처럼 존재감을 발휘한다. 전통적인 소재를 현대적인 맥락에 배치했을 때 생기는 그 묘한 긴장감이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Local Local

주방에서는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리면서 색과 수공예 기법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몰딩과 찬장 커튼을 더하고, 직접 디자인한 녹색 테이블과 빨간 의자를 배치해 주방 특유의 생동감을 살렸다.

Local Local

단조 철제 장식이 달린 나무 패널 문, 대리석 문틀 같은 기존 요소들은 그대로 보존하되 중성적인 색조로 다시 칠해 전체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Local Local

오래된 것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감각을 얹는 방식. 이 집은 보존과 개조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어떻게 하나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