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물지 않았다. 오히려 벗겨냈다. 약 61평 규모의 이 집은 1960년대에 지어진 낡은 다층 주택이었다. 한때 목공소로 쓰였던 탓에 층이 덧붙여지고 또 덧붙여지면서, 내부는 어디서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처음 이 집을 마주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다 부수고 새로 짓자’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집의 건축가들은 반대 방향을 택했다. 철거 대신 ‘드러내기’를 선택한 것이다.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물은 그대로 살리고, 원래 창문과 문이 있던 자리도 손대지 않았다. 불필요하게 쌓인 것들을 걷어내자, 예상치 못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 건물과 대지 경계 사이에 숨어 있던 빈 틈이었다.

그 틈을 건축가들은 3개 층을 관통하는 수직 통로로 만들었다. 이 통로가 집 전체의 중심이 된다. 가장 아래 입구에서 시작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옥상의 공용 공간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아래층의 개인 공간과 위층의 공용 공간이 이 수직 축을 기준으로 자연스럽게 나뉜다.

이 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재료의 절제다. 시멘트 마감과 정밀하게 계산된 기하학적 형태가 전부다. 화려한 장식도, 과한 색채도 없다. 그런데 오히려 그 비움이 공간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든다. 건축가들이 ‘시각적 침묵’이라고 부른 감각이 바로 이것이다.

시공 방식도 남달랐다. 무려 10년에 걸쳐 천천히 지어진 집이다. 설계자들이 직접 손을 대며 공간을 경험하고, 다듬고, 또 경험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빠르게 완성하는 대신 시간을 들여 공간과 대화한 결과물이다.

자연과의 관계도 세심하게 설계됐다. 부지에 원래 자라고 있던 소나무와 솔송나무는 한 그루도 베지 않았다. 차고 위에는 녹색 지붕을 새로 얹어 건물이 정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옥상에서는 나무 꼭대기 너머로 탁 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이 전망은 지붕에 올라가야만 볼 수 있는, 이 집만의 숨겨진 장면이다.

낡고 복잡하게 얽혀 있던 집이 조용하고 깊은 안식처로 바뀌었다. 새로 짓지 않아도, 있는 것을 제대로 읽어내면 전혀 다른 공간이 태어날 수 있다는 걸 이 집은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