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세 권이 쌓인 모습에서 집 한 채가 탄생했다. 서예가의 아내가 무심코 올려둔 책 더미에서 출발한 이 주택은, 층층이 쌓인 콘크리트 슬래브와 사암, 곡선 벽으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외관은 수평으로 켜켜이 쌓인 레이어처럼 읽힌다. 아래쪽 사암이 테이블 역할을 하고, 그 위에 콘크리트 슬래브가 책처럼 얹힌 형태다.

현장에서 직접 채굴한 사암을 가공해 하부 구조를 만들었고,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콘크리트 슬래브가 층마다 방향을 달리하며 쌓인다. 이 배치 덕분에 각 층에서 바라보는 뷰가 달라지고, 이웃 건물과의 시각적 분리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현관까지 가는 길도 예사롭지 않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구불구불한 진입로가 경사진 대지를 따라 이어지는데, 자갈 포장과 사암 계단, 철제 경계석으로 구성된 이 길은 직선 도로의 딱딱한 흐름에서 벗어나 집에 다가가는 경험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차고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또 다른 동선도 있다. 사암을 깎아 만든 터널을 지나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연결되는 구조로, 암석 지층이 그대로 드러난 벽면이 마치 지질 단면을 걷는 듯한 감각을 준다.

내부 중심에는 타원형 계단실이 자리한다. 거친 노출 콘크리트와 매끄러운 플라스터 벽 사이로 오크 원목 디딤판이 따뜻한 질감을 더하고, 계단실 상부에서 내려오는 자연광이 공간에 깊이를 만든다.

계단을 오르면 1층 복도도 타원형으로 이어지며, 침실과 욕실로 통하는 커스텀 곡면 도어가 이 곡선 언어를 계속 이어받는다.

최상층에는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이 모여 있다. 거실 바닥은 스모크드 처리한 아메리칸 오크 원목 마루로 마감됐고, 콘크리트 천장의 목재 거푸집 패턴이 바닥 톤과 자연스럽게 호응한다. 벽난로 하부는 곡선 콘크리트로 처리해 계단실과 같은 조형 언어를 유지한다.


거실 소파 뒤 책장은 사실 숨겨진 서재로 통하는 문이다. 책장을 열면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작은 방이 나타나고, 창밖으로는 고대 사암 절벽과 아래쪽 수영장이 내려다보인다.

화장실 입구 역시 책장 뒤에 숨어 있다. 책장을 돌리면 곡선 콘크리트 세면대와 벤치가 있는 작은 욕실이 나오는데, 뒷벽의 다크 우드가 책장의 배면을 겸한다.


실내에는 황동 소재 계단도 있다. 다이닝룸과 거실 사이를 은근히 구분하면서 옥상으로 연결되는 이 계단 상단에는 유리 패널이 달린 철제 도어가 있어 채광창 역할도 겸한다.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과 태양열 온수기, 수영장 난방 설비가 설치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