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층을 오를수록 공간이 열린다. 알프스 고지대에 지어진 이 주택은 전통 산장의 외형을 흉내 내는 대신, 옛 농가 건물이 실제로 작동하던 방식에서 출발했다.

아래층은 어둡고 실용적으로, 위층으로 갈수록 밝고 개방적으로 변해가는 구조다. 엄격한 건축 규정이 적용되는 지역이었지만, 그 제약이 오히려 공간의 논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현관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 집의 설계 철학이 드러난다. 개방형 차고는 눈과 비를 피하면서도 외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완충 공간 역할을 한다.
내부에는 젖은 재킷, 진흙 묻은 부츠, 스키 장비를 따로 보관할 수 있는 다용도실이 마련되어 있어 거실과 생활 공간을 항상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나무 계단이 각 층을 이어주는데, 단순한 동선이 아니라 공간의 변화를 체감하게 만드는 장치다. 층마다 천장 높이가 달라지고, 창문 크기가 커지고, 자연광의 양이 늘어난다. 벽등이 계단에 온기를 더하고, 사각형 창문이 각 층에 빛을 끌어들인다.

침실은 위층이 아닌 아래층에 배치되어 있다. 덕분에 최상층 전체를 거실과 주방, 손님 접대 공간으로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침실은 짙은 회색 포인트 벽, 목재 마감, 어두운 카펫으로 구성되어 차분하고 모던한 분위기를 낸다.

큰 창문으로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고, 목재 소재가 공간 전체에 따뜻함을 더한다. 침실 하나에는 벽면을 따라 붙박이 이층 침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수납장이 디자인 안에 통합되어 있어 공간이 비좁아 보이지 않는다.

욕실은 짙은 회색 석재 타일로 마감되어 집 전체의 색감과 통일감을 이룬다. 유리 칸막이로 샤워 공간과 세면대 공간을 나눠 자연광이 욕실 전체로 퍼지도록 했고, 개방감도 함께 확보했다.

최상층에 올라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아치형 천장이 공간을 단번에 확장시키고, 높아진 층고 덕분에 아래층과는 전혀 다른 스케일감이 느껴진다.

경사 지붕선을 따라 무광 블랙 수납장이 길게 이어지는 주방이 계단 꼭대기에 자리하고, 그 옆에는 지붕이 있는 발코니가 연결되어 산 전망을 바라보며 야외 생활을 즐길 수 있다.

거실에는 지붕 각도를 따라 이어지는 대형 창문이 설치되어 있어 산 풍경이 그대로 액자처럼 담긴다. 검은색 벽난로가 거실 한쪽을 차지하며, 목재와 노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소재 구성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