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칸막이 하나가 공간 전체의 분위기를 바꾼다. 약 257평 규모의 이 전원주택은 넓은 면적을 그냥 열어두지 않았다. 거실, 라운지, 다이닝룸이 각자의 역할을 갖되 서로 단절되지 않도록, 공간을 나누는 방식 자체를 디자인의 핵심으로 삼았다.

현관문부터 범상치 않다. 짙은 회색 금속 소재의 문에 자카란다 원목으로 만든 손잡이를 달았는데, 차갑고 반듯한 금속 면 위에 나무의 결이 얹히면서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집 안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이 공간이 어떤 감각으로 설계됐는지를 직감하게 만드는 장치다.

거실은 두 개의 L자형 소파가 서로를 마주 감싸는 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탁 트인 개방감과 아늑한 밀도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구조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앉게 되는 중심이 된다. 커피 테이블과 조명 역시 이 공간을 위해 별도로 디자인된 것들이다

공간을 나누는 칸막이는 동아시아 전통 창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격자 무늬 목재 프레임 안에 반투명 유리를 끼워 넣은 구조로, 빛은 통과시키되 시선은 부드럽게 차단한다.
완전히 막지도, 완전히 열지도 않는 이 경계 덕분에 칸막이 너머의 라운지와 주방, 다이닝룸이 독립된 분위기를 갖추면서도 전체 공간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이닝룸의 원목 식탁은 수공예 조각 장식이 새겨진 맞춤 제작 가구다. 그 위로 역시 맞춤 디자인된 펜던트 조명이 내려오는데, 이 두 가지가 함께 놓이면서 다이닝룸 전체가 하나의 완성된 장면처럼 읽힌다.

실내와 야외의 연결도 이 집의 핵심이다. 실내 정원에는 화덕이 있는 라운지를 두어 고급스러운 공간에 소박하고 따뜻한 감성을 더했다. 거실과 나란히 이어지는 반외부 베란다는 지붕이 일부만 덮여 있어, 비가 와도 바깥 공기를 느끼며 앉아 있을 수 있다.

수영장과 잔디밭으로 시선이 열리는 이 베란다는 전원주택 특유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하는 공간이다.
조경은 유기적인 형태의 식물 배치로 구성되어 있다. 정형화된 정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란 듯한 식생이 건물 주변을 감싸면서, 건축의 반듯한 선과 대비를 이루며 전체 분위기를 부드럽게 완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