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지으면서 나무 한 그루 때문에 건물 위치를 바꾼다는 건 흔한 결정이 아니다. 이 집의 설계는 부지에 이미 서 있던 높이 약 21미터짜리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시작됐다.

집주인이 오래된 나무와 자연 그대로의 초원 지형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 했기 때문에, 건물은 나무 북쪽 언덕에 살짝 파묻히듯 자리를 잡았다. 나무에 햇빛이 충분히 닿도록 배려한 배치다. 지붕에는 자생 초원 식물을 심어 건물이 주변 풍경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외벽 마감에는 콘크리트, 삼나무, 재생 목재, 코르텐 스틸을 함께 썼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풍에 자연스럽게 변색되고 질감이 달라지도록 의도한 선택이다.

실내도 같은 방향으로 설계됐다. 페인트 마감 대신 삼나무와 재생 화이트 오크를 그대로 드러내, 마감재 자체가 공간의 온기를 만들어낸다.

거실로 들어서면 계단을 따라 한 층 내려가는 구조가 눈길을 끈다. 정면으로는 약 30미터에 달하는 통유리 벽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바다 전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벽난로가 거실 공간을 자연스럽게 나누면서도 시야를 막지 않아, 어느 자리에 앉아도 전망이 끊기지 않는다.

다이닝룸은 거실 한쪽 끝에 붙어 있고, 같은 워터뷰를 공유한다. 빌트인 와인 수납장이 공간을 정리하면서 실용성도 챙겼다. 대형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테라스로 바로 이어져, 실내 다이닝과 야외 공간의 경계가 사라진다.

테라스는 집 옆면을 따라 약 60미터 길이로 뻗어 있다. 언덕을 따라 단계적으로 내려가는 구조라 각 레벨마다 용도가 다르다. 야외 주방과 다이닝 공간, 선베드가 놓인 선덱이 차례로 이어지고, 서쪽 끝에는 약 23미터 길이의 인피니티 풀이 바다 전망과 맞닿아 있다.

주방은 다이닝룸 바로 옆에 붙어 있다. 흑백 패턴 타일이 포인트 벽면을 이루고, 화이트 수납장과 블랙 카운터탑이 대비를 이룬다. 외부에서 보이는 주방 창문에는 셔터가 달려 있어, 닫으면 외관에서 주방이 완전히 가려진다.

주방 옆 현관 수납 공간은 실내와 외부 출입구 양쪽에서 모두 진입할 수 있다. 천장까지 닿는 수납장과 오픈 선반이 코트, 신발, 생활용품을 넉넉하게 수용한다.

홈오피스에는 길게 이어진 빌트인 책상과 창가 벤치 시트가 있어, 앞마당을 바라보며 조용히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안방은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인피니티 풀이 내려다보이는 전용 발코니로 연결된다. 창가 리딩 노크에서는 바다 전망이 또 다른 각도로 열린다.

욕실 세면대도 침실과 같은 방향의 전망을 공유하고, 욕조는 별도의 프라이빗 데크를 향해 배치됐다.

하부층은 여러 세대가 함께 머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다수의 침실과 욕실 외에 어린이 전용 벙크룸, 플레이룸, 세탁실, 수납 공간이 갖춰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