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부를 볼 수 없는 집이 있다. 그런데 그 안은 하루 종일 빛으로 가득하다. 약 31평 규모의 이 집은 신혼부부를 위해 설계되었다. 고밀도 주거 지역 특유의 빽빽한 환경 속에서, 건축주의 가장 큰 걱정은 사생활이었다.

이웃 건물에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설계팀은 그 고민에 예상 밖의 방식으로 답했다. 외부 시선을 막는 대신, 빛 자체에 모든 감각이 집중되도록 공간을 구성한 것이다.

대지는 남서쪽으로 넓게 열려 있어 채광 조건이 좋다. 아침에는 동쪽에서 잠깐 햇살이 스치고, 이후 해가 남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집 안 곳곳에 빛이 오래 머문다.

하지만 설계팀이 원한 건 단순히 밝은 집이 아니었다. 강하고 직선적인 그림자가 드리우는 공간은 어딘가 불편하다. 빛이 공간에 상처를 내는 게 아니라, 잠시 머물다 부드럽게 스며드는 느낌을 원했다.

그 해법은 북쪽 외벽에 있다. 기능 없이 독립적으로 세워진 이 벽은 남쪽에서 쏟아지는 직사광선을 걸러 실내로 부드럽게 유도한다. 동시에 이웃 건물의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벽 안쪽에는 통유리 벽면이 설치되어 있는데, 밖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공간이 바깥으로 열린 듯한 개방감을 만들어낸다. 막혀 있는데 답답하지 않은, 묘한 균형이다.


거실과 주방, 침실을 연결하는 작은 천창들이 그 균형을 완성한다. 지붕 곳곳에 뚫린 이 작은 구멍들은 빛이 흐르는 통로가 된다. 마치 배관처럼, 빛이 집 안 구석구석으로 전달되는 구조다.

이 통로에는 별도의 마감재를 쓰지 않았다. 콘크리트 그대로의 회색 표면이 햇빛을 받아 산란시키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벽에 부딪힌 빛은 직진하지 않고 퍼진다. 파동을 잃은 빛이 공간 안에 오래 남아 은은하게 머무는 느낌, 설계팀은 그것을 새벽에 끓인 라면 냄새가 아침까지 집 안에 배어 있는 것에 비유했다. 빛이 공간에 스며드는 방식에 대한 이 감각적인 묘사가, 이 집의 설계 철학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수없이 많은 모형 테스트를 통해 검증되었다. 빛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퍼지고, 어떻게 남는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완성한 공간이다. 두서없이 쏟아낸 빛에 대한 생각들이 하나의 집으로 모인 결과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