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책을 감당할 공간이 필요해서” 벽 한 면을 책장으로 만든 단독주택 리모델링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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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olo Cossu

계단이 가구가 된다. 4층짜리 빅토리아 시대 테라스 하우스를 개조한 이 집의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다름 아닌 계단이다. 폭을 두 배로 넓힌 참나무 계단은 단순히 층과 층을 잇는 통로가 아니라, 앉아서 책을 읽거나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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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원래 두 개의 별도 필지로 나뉘어 있던 구조였다. 지하층은 정원을 단독으로 쓰는 독립 세대로 운영되고 있었고, 위층과는 완전히 단절된 상태였다. 리모델링의 핵심 과제는 이 두 공간을 하나의 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붙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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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폭을 넓히는 아이디어는 단순한 디자인 선택이 아니었다. 위아래 층 사이의 동선을 개선하고, 이전에는 접근조차 어려웠던 정원으로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의뢰인과 오랜 시간 협의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층별로 다양한 기능을 갖추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큰 생활 공간을 이루는 구조, 그것이 설계의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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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발판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주된 발판은 관람석처럼 넓게 펼쳐져 있고, 한쪽 면에만 나무 블록을 덧대어 실제로 걸어 다니는 보행로를 만들었다. 나머지 넓은 면은 자연스럽게 앉는 공간이 된다. 걷는 곳과 머무는 곳이 하나의 계단 안에 공존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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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옆 벽면을 가득 채운 참나무 책장은 계단 발판과 같은 높이로 맞춰져 있다. 계단과 책장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면서, 위층과 아래층 사이의 연결감이 시각적으로도 강조된다. 예술 작품을 걸고, 책을 꽂고, 앉아서 쉬는 이 공간은 집의 수직 중심축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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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층은 주방과 다이닝룸, 아늑한 휴식 공간, 홈 오피스로 구성되어 있다. 주방은 밝은 색 테라조 바닥과 검게 칠한 참나무 캐비닛, 흰 벽이 조합된 차분한 공간인데, 참나무 계단이 이 단조로운 배경에 따뜻한 온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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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풍부하게 들어오는 것도 이 층의 큰 장점이다. 노출된 천장 서까래 위에 숨겨진 채광창 세 개, 정원으로 이어지는 미닫이 유리문, 그리고 높은 위치에 자리한 큰 창문 덕분에 지하층임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가득하다. 미닫이 유리문을 열면 정원으로 바로 나갈 수 있어, 안과 밖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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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와 접한 지상층은 거실과 다이닝룸으로 나뉘고, 2층과 3층은 기존 구조를 유지하며 침실 네 개가 자리한다. 새 계단 아래 공간은 다용도실로, 기존 주 계단 아래에는 작은 욕실이 들어섰다. 지하층 한편에는 홈 스튜디오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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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과 새것을 명확히 구분하되, 집의 본래 모습을 잃지 않겠다는 원칙이 이 집 전체를 관통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뼈대 위에 현대적인 생활 방식을 얹은 이 집은, 계단 하나가 어떻게 공간 전체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지를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