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80평 규모의 이 집은 울창한 숲 한가운데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설계의 출발점은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 기존 지형과 나무들을 최대한 살리면서, 숲 속에 완전히 녹아드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 결과물은 건물이라기보다 숲의 일부처럼 읽힌다.

크고 평평한 노출 콘크리트 지붕이 건물 위로 떠 있는 듯 얹혀 있다. 가느다란 기둥들이 그 지붕을 받치고 있어, 지붕과 벽 사이의 공간이 열려 있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어디서든 시선이 바깥으로 이어지고, 바람도 막힘 없이 통한다.

외벽은 따뜻한 색감의 나무 격자 패널로 마감되어 있다. 콘크리트의 차분하고 묵직한 질감과 나무의 온기가 나란히 놓이면서 묘한 균형을 만들어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는 기후와 식물의 흔적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고, 그렇게 건물은 서서히 숲의 일부가 되어간다.

내부는 공간감을 최우선으로 설계되었다. 침실은 전체 구성의 중심에 놓여 있고, 가장 좋은 전망을 향해 열려 있다. 드레스룸과 욕실은 동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킨다.

창은 크고 넓다. 낮 동안 햇빛이 들어오면 재료의 질감이 살아나고 공간에 깊이가 생긴다. 밤이 되면 건물은 한발 물러서고, 주변의 숲과 어둠이 전면에 나선다. 인공 냉난방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도록, 맞바람이 통하는 구조로 설계된 것도 이 집의 조용한 원칙 중 하나다.

넓은 베란다와 야외 산책로가 집 전체를 감싸고 있다. 어디를 걷든 숲이 가까이 있고, 멈추는 자리마다 전망이 달라진다. 이 집에서의 움직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자연 속을 거니는 경험에 가깝다.

건물이 풍경 속에 소속되는 방식을 고민한 집. 고요하고,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