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하나로 세상과 단절된 집” 고요하고 통제된 세계를 만든 87평 단독주택 인테리어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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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집을 만든다. 단순히 경계를 긋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삶이 펼쳐질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약 87평 규모의 이 집은 루이스 바라간의 건축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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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을 향해 열리는 대신, 철저히 안을 향해 닫힌다. 주변 환경에 등을 돌리고, 그 대신 내부에 고요하고 통제된 세계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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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된 벽이 집 전체를 감싸며 흐른다. 이 벽은 단순한 울타리가 아니다. 지면에서 살짝 떠 있는 듯한 형태 덕분에, 마치 공중에 정교하게 놓인 입체 조형물처럼 보인다. 갑작스럽고도 신비로운 인상을 동시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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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형으로 이어지는 벽의 선은 대지의 모퉁이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고, 남쪽 경계에서는 반사를 통해 간접광을 실내로 끌어들인다. 직접 햇빛이 아닌, 부드럽게 걸러진 빛이 공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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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단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공간이 하나의 층에 펼쳐지며, 중앙 축을 기준으로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이 나뉜다.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은 벽 없이 하나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경계가 없어서 오히려 더 넓고 자유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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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는 실내와 바깥 풍경을 연결하는 통로 같은 공간이 있다.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이어진다. 남쪽으로는 벽을 따라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있는 마당이 조성되어 있다. 맞통풍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여름철에도 바람이 집 안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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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는 노출 콘크리트 하나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했다. 벽도, 천장도, 구조도 모두 콘크리트다. 복잡한 마감 없이 재료 그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보 구조가 공간을 일정한 리듬으로 나누며 남북 방향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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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색상의 바닥재와 가구가 콘크리트의 존재감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만든다. 재료와 빛, 그리고 창 너머 풍경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꾸미지 않았는데 오히려 더 단단하고 깊은 인상을 남기는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