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이 종이처럼 접힌 집” 빛이 재료가 된 242평 단독주택 인테리어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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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udio Felipe Escudero

무게감과 가벼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집이 있다. 지붕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평평하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하얀 콘크리트가 마치 종이처럼 접히고 좁아지고 겹쳐지며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낸다.

날카로운 모서리와 넉넉하게 뻗은 처마는 거리에서부터 이 집의 성격을 단번에 드러낸다. 무거운 소재로 가벼운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 이 집이 처음부터 끝까지 밀고 나가는 하나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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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에는 장식이 없다.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처마는 지면까지 이어지며 입구를 자연스럽게 감싸고, 아레카 야자나무와 정교하게 다듬어진 삼나무 울타리가 그 주변을 채운다. 건물이 지어진 것이 아니라 자라난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Estudio Felipe Escudero

유리로 둘러싸인 집에서 사생활은 어떻게 지켜질까. 답은 불투명함이 아니라 밀도에 있다. 주변 식물들이 초록 장막처럼 외부 시선을 막아주면서도 빛은 그대로 통과시킨다. 프레임 없는 슬라이딩 패널이 거실과 정원 사이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실내와 실외 바닥이 같은 높이에서 만난다. 발밑에서 경계가 사라지는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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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내부 벽이 없다. 공용 공간 전체가 하나로 열려 있고, 유리 상판을 얹은 긴 스테인리스 스틸 콘솔이 공간을 가구가 아닌 구조물처럼 나눈다. 접힌 지붕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천장 높이가 동선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어디로 가야 할지 표지판이 없어도 몸이 먼저 방향을 안다.

Estudio Felipe Escudero

위층 작업 공간 한가운데에는 이음매가 전혀 보이지 않는 곡선형 일체형 책상이 있다. 유리 모서리의 각도를 따라 형태가 만들어졌고, 받침대는 바닥 슬래브에 부드럽게 녹아든다. 책상이 바닥에서 솟아오른 것인지, 바닥이 책상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흰색 의자 하나가 그 크기를 조용히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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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중심에는 흰 콘크리트 나선형 계단이 있다. 천창을 통해 빛이 계단 축을 따라 쏟아지고, 해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빛의 각도도 달라진다. 같은 계단을 오르더라도 아침과 오후, 저녁이 전혀 다른 공간처럼 느껴진다.

Estudio Felipe Escudero

이 집에서 빛은 조명이 아니다. 콘크리트, 유리, 나무와 함께 쓰인 하나의 재료다. 모든 것이 빛을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그 사실이 집 전체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