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사진 땅을 깎지 않고 그대로 집을 얹었다. 두 개의 건물이 지형을 따라 계단식으로 내려가며 배치되어 있다.

위층은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이 약 24미터에 걸쳐 막힘없이 이어지는 오픈형 공용 공간이고, 아래층에는 침실들이 자리한다. 경사 덕분에 두 건물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그늘진 야외 공간이 생겨났다.

건물 전체는 인증된 유칼립투스 집성목으로 지어졌다. 부피가 큰 구조 기둥 없이도 길고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깊게 돌출된 지붕은 강렬한 햇볕과 계절성 비로부터 실내와 목재 창문을 보호하고, 드러난 목재의 질감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든다.

이 집의 외관을 결정짓는 건 기하학적 패턴의 시멘트 패널 스크린이다. 전통 목재 격자 창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지역 레이스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CNC 방식으로 절단 제작되었다.

직사광선을 걸러내고 환기를 유도하면서도 사생활을 보호하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해가 움직이면 패널의 구멍을 통해 바닥에 빛과 그림자 패턴이 시시각각 달라지며, 크기가 큰 회전식 출입문에도 동일한 패턴이 적용되어 외관 전체가 하나의 면처럼 이어진다.


위층 공용 공간에서 바로 이어지는 넓은 목재 데크는 울창한 숲을 내려다보는 야외 거실이 된다.

데크 끝에는 인피니티 풀이 있어 수면이 숲 속으로 그대로 흘러드는 것처럼 보인다. 데크를 따라 길게 이어진 나무 벤치는 앉아서 쉬거나 모임을 갖기에 충분한 길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측면 계단을 오르면 옥상 정원이 나온다. 거실 지붕 위에 조성된 이 공간은 숲 너머 바다까지 시야가 트인다. 방수층과 배수층 위에 식물을 심어 단열과 방음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전기 설비도 지붕 위로 감췄다.

아래층에는 4개의 객실이 지붕 덮인 통로를 따라 이어진다. 각 객실은 동일한 구조를 공유하지만 침구 색상으로 개성을 달리했고, 그중 하나는 붙박이장 안에 추가 침대를 설치해 어린이나 단체 손님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영장 아래 가장 낮은 층에 위치한 메인 침실은 경사 덕분에 천장고가 특히 높고, 슬라이딩 스크린으로 개폐하며 숲 전망을 그대로 들인다.

메인 욕실은 큰 목재 플랫폼 위에 천장형 샤워기와 독립형 욕조를 배치해 스파 같은 분위기를 낸다. 야자수 잎으로 엮은 천장 패널이 은은한 간접 조명 효과를 만들고, 석재 상판과 원목 수납장이 집 전체의 소재 흐름을 욕실까지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