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에 지어진 집이다. 두꺼운 돌벽, 좁은 창문, 빛이 거의 들지 않는 구조. 거기에 이전 주인이 덧씌운 윤기 나는 대리석과 무거운 목재 마감재까지 켜켜이 쌓여 있었다.

리모델링은 그 흔적들을 걷어내는 것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에 추가된 마감재를 모두 제거하고 나자, 건물 본래의 뼈대가 드러났다. 문화재 보존 규정으로 구조 자체는 건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건 재료와 색이었다.
현관과 계단

문을 열면 계단이 먼저 보인다. 원래는 어두운 색 나무 계단이었는데, 밝은 색으로 다시 칠해 회색 바닥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오래된 단조 철제 난간은 손대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새 공간 안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갖게 된 방식이다.
거실

통로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붉은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1층 거실과 가족실, 서재 바닥에 깔린 강렬한 붉은색 테라조다. 내부 전체를 흰색으로 통일한 건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었다.
좁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제한된 자연광을 최대한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실용적인 판단이었는데, 그 흰 벽과 붉은 바닥이 만나는 순간 공간의 온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거실의 중심은 녹색 대리석으로 복원한 벽난로다. 섬에서 가져온 돌로 만든 이 벽난로는 흰 벽 앞에서 말없이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다이닝룸과 주방

다이닝룸에서 계단을 오르면 주방이 이어진다. 맞춤 제작한 녹색 식탁과 강렬한 빨간색 의자의 조합이 흰색 공간 안에서 유쾌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유리문 찬장에 커튼을 달고 몰딩을 새로 설치하는 디테일들이 공간에 리듬을 더한다.

책장, 라디에이터 덮개, 걸레받이까지 지역 장인들과 함께 직접 제작한 맞춤 가구들이다. 고전적인 형태를 참조하면서도 실용적인 기능을 갖췄다.

주방과 욕실 바닥에는 부드러운 회색 테라조를 써서 좁은 공간에서도 빛이 잘 반사되도록 했다.
욕실

흰색 일색의 공간에 샤워실 한쪽 벽의 컬러 타일이 변화를 준다. 과하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안뜰과 옥상 테라스

집 안쪽에는 조용한 안뜰이 있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를 가지치기하고 기존 돌 포장을 보수해 복원한 공간으로, 오래된 집이 품고 있던 여백이 다시 숨을 쉬는 곳이다. 반대편 옥상 테라스에 올라서면 지붕 너머로 오래된 유적지의 실루엣이 펼쳐진다.

새것처럼 만들려 하지 않았다. 오래된 것을 지우는 대신, 그 위에 지금의 감각을 조심스럽게 얹었다. 흰 벽과 붉은 바닥, 녹색 대리석과 맞춤 가구들이 층층이 쌓이며 과거와 현재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하는 집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