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타지 않는 집을 짓는 방법” 절제된 소재와 비움이 공명하는 76평 아파트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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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집닥이 정답인 이유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히려 더 풍요롭게 느껴지는 집이 있다. 76평이라는 넉넉한 면적임에도 이 집은 채우는 대신 비우는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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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식도, 눈길을 끄는 포인트 컬러도 없다. 그런데 사진을 보는 순간 묘하게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이 공간이 만들어내는 고요함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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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용 공간은 주방과 다이닝룸, 통행 공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구조다. 벽으로 딱딱하게 나뉘지 않고, 재료와 배치의 미묘한 차이만으로 각 영역이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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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에는 나무로 만든 아일랜드 식탁이 놓여 있다. 공간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축처럼 서 있으면서도, 일상의 동선을 조용히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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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은 벽 안으로 완전히 숨겨져 있다. 서랍도, 손잡이도, 튀어나온 선반도 보이지 않는다. 기능적인 것들이 모두 배경으로 물러나 있기 때문에 공간은 시각적으로 훨씬 조용하고, 동선도 막힘 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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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 집에서 하는 역할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자연광이 여러 방향에서 들어와 하루 종일 벽과 바닥을 따라 천천히 이동한다. 무광 마감과 부드러운 질감의 소재들이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듯 퍼뜨리기 때문에, 강한 그림자나 눈부심 없이 공간 전체가 은은하게 밝다. 빛이 장식이 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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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선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은은한 나무 톤, 차분한 마감, 절제된 색의 변화. 처음엔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이 익어가는 느낌이 난다.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소재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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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으로써 더 많은 것을 담는 집. 움직임이 자유롭고, 시선이 편안하며, 하루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간이다. 이 집이 증명하는 건 하나다. 좋은 인테리어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