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7평짜리 집이 있다. 그런데 이 집은 크기보다 ‘어떻게 지었는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상 2층 구조로 설계된 이 가족 주택은 현관, 전실, 응접실, 거실, 두 개의 주방, 다섯 개의 침실, 다목적실, 2층 라운지, 그리고 안뜰까지 갖추고 있다. 공간의 구성만 보면 넉넉하고 실용적인 집이지만, 이 집이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그 안에 담긴 설계 철학에서부터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는 전통 건축 원리인 바스투(Vastu)를 세밀하게 지키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었다. 바스투는 빛, 방향, 공간의 흐름을 중시하는 인도 전통 건축 원리로,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자연과 생활 방식을 연결하는 오래된 지혜다. 이 집은 그 원리를 현대 건축 언어로 번역하는 데 성공했다.

햇빛 하나도 허투루 다루지 않았다. 강렬한 남쪽 햇살이 거실과 응접실로 직접 들어오지 않도록 구조 자체를 전략적으로 배치했고, 남향 열대 정원이 그 완충 역할을 한다.

안뜰의 처마는 실내에 그늘진 쉼터를 만들어주고, 5.5미터 높이의 창문 시스템은 눈부심 없는 북쪽 자연광을 실내 깊숙이 끌어들인다. 빛을 막는 것과 끌어들이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설계한 집이다.

에너지 효율도 놓치지 않았다. 빗물 활용 시스템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통합했고, 자재는 현지에서 채취한 인도산 대리석과 사암, 화강암을 사용해 파티오에 맞춤형 패턴을 만들었다.
수입 자재 대신 지역 재료를 선택한 것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집이 그 땅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처마는 열기를 막고, 붙박이 수납장은 공간을 정돈한다. 안뜰은 전통적인 마당의 따뜻함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현했고, 캔틸레버 구조의 계단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형태로 기능과 미감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계단 아래 양쪽에는 아늑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태양광 패널을 남쪽으로 14도 기울여 설치한 것이 예상치 못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 경사가 2층 라운지의 천장 높이에 영향을 주었고, 덕분에 아늑한 침대와 서재, 하늘이 보이는 작은 창문이 달린 다락 공간이 탄생했다.
기능적인 이유로 내린 결정이 공간의 가능성을 열어준 사례다. 2층 전체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이 조용히 쉴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조경도 같은 철학으로 설계됐다.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잔디밭 대신 그늘진 안뜰을 조성했고, 현지 수종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배치했다. 빗물 탱크가 설치된 안뜰은 피크닉을 즐기거나 아침 차를 마시는 생활의 공간이 되었다. 모래로 채워진 산책로는 해변의 질감을 떠올리게 하고, 남향 녹지는 계절마다 다른 색을 보여준다.


집 안 곳곳에는 다양한 장인들의 손길이 담겨 있다. 독창적인 천장 설치물, 맞춤 조명, 3.6미터 크기의 예술 작품, 사라져가는 전통 자수 기법으로 만든 접이식 파티션, 정교한 대나무 매트 직조 기법으로 제작한 옷장 셔터, 잠다니 직물 패널까지. 이 집은 하나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완성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장인과 디자이너가 함께 만들어낸 협업의 결과물이다.


문손잡이 하나, 욕실 소품 하나도 주변 공간과의 맥락을 고려해 디자인됐다. 단순히 물건을 모아 채운 집이 아니라, 모든 요소가 처음부터 이 집을 위해 만들어진 집. 그 차이가 공간 전체에서 조용하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