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로가 하나의 방이 된 집이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집은 원래 일본인 소유주를 위해 일본식으로 지어진 공간이었다.

리모델링을 맡은 팀은 단순히 집을 새로 단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문화적 감성을 이해한 채로 작업에 임했다. 그 덕분에 집이 본래 품고 있던 고유한 분위기는 훼손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정은 실내가 아닌 바깥에서 이루어졌다. 부지의 자연스러운 경사를 그대로 살려, 수영장 테라스와 게스트룸을 잇는 산책로를 조성한 것이다.

대부분의 리모델링에서 조경은 실내 공사가 끝난 뒤 남은 예산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집에서는 달랐다. 외부 지형 자체를 하나의 방처럼 다뤘고, 동선과 목적을 부여했다.

산책로는 지형을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대신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는 길이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걸음을 자연스럽게 늦추게 만드는 구조다.

바다를 향해 유리벽으로 열려 있던 원래 집의 논리, 즉 건축이 문턱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개념을 외부 공간까지 확장한 결과다.

실내 마감재 선택에도 같은 태도가 이어진다. 합성 소재나 유해 물질이 포함된 마감재 대신,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변하는 재료들을 골랐다.


텀블링 처리된 석회암, 천연 점토 석고, 수공예 대리석, 손으로 조각한 돌이 겹겹이 쌓였다. 이 재료들은 사용할수록, 시간이 흐를수록 은은한 광택을 더해간다.


욕실에는 일체형 벤치를 설치했고, 곳곳에 아늑하게 앉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을 배치했다. 가구는 전체 색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는 것들로 구성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었지만 집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절제된 감각은 그대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