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통 하얗다. 그런데 단순하지 않다. 약 148평 규모의 이 빌라는 흰 벽과 흰 울타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부유층과 유명인사들이 모여 사는 고급 주거 지역에 자리 잡고 있으며, 도심과 가깝지만 녹지가 풍부한 환경 덕분에 도시 속 자연이라는 보기 드문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근처에는 대형 삼림 공원과 동물원, 언덕이 이어진다.

건축가들은 처음부터 이 집을 ‘전형적인 도시형 빌라’로 구상했다. 작은 대지 위에 평평한 지붕을 얹은 구조물이 주변 건물들과 경쟁하기보다, 인근의 모더니즘 양식 건물들을 조용히 존중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시선을 끌되 튀지 않는, 그 미묘한 균형이 이 집의 첫인상을 만든다.

평면은 거의 정사각형에 가깝다. 촘촘하고 균일한 흰색 덩어리는 형태와 질감만으로 말을 건넨다. 주요 재료는 콘크리트였고, 흰 시멘트를 활용해 건물 외벽 전체를 감싸는 입체적인 유리섬유 강화 패널을 제작했다. 기단부터 지붕까지 하나의 소재로 이어지는 외관은 주변 어떤 건물과도 다른 밀도감을 만들어낸다.

이 집의 형태는 ‘깎아내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정육면체 덩어리에서 층을 조금씩 덜어내듯 설계했고, 그 결과 위층은 낮아졌으며 오목하게 파인 렌즈 모양의 형태, 움푹 들어간 1층 테라스, 그리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외관 디테일들이 탄생했다. 조각을 만드는 과정처럼, 덜어냄으로써 완성된 집이다.

콘크리트 패널들은 마치 직소 퍼즐처럼 외관 전체를 빈틈없이 연결한다. 창틀도, 처마 장식도, 돌출부도 모두 콘크리트로만 이루어졌다. 유일한 예외는 창문의 유리와 위층의 거의 눈에 띄지 않는 투명한 난간뿐이다. 금속 장식은 단 하나도 없다.


디테일은 건물 전체 높이에 걸쳐 일관되게 흐른다. 둥근 형태의 다락방, 리드미컬하게 끊어지는 외벽 라인, 테라스 바닥과 윤곽선의 처리 방식, 수직으로 세워진 울타리 기둥과 정문 라인까지. 가까이 다가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흰 덩어리지만, 가까이 서면 정밀하게 계산된 선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공간 구성은 돌출부와 높이 모두에서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정원을 향한 열린 형태와 반대편의 닫힌 단일한 형태가 서로 대비를 이루며, 구조물 전체에 연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돌출된 차양과 지지대, 차별화된 외벽 질감은 역동적인 형태를 만드는 동시에 빛 반사를 최소화해 주변 동식물을 보호하도록 설계됐다.

친환경 설계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외벽을 덮고 있는 패널 소재는 오염된 공기에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특수 시멘트를 기반으로 한다. 단독주택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로, 이 집은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건물 배치 덕분에 부지 안의 기존 나무들을 모두 살릴 수 있었다. 열회수 환기 시스템, 태양광 패널, 빗물 수집 시스템, 녹지 테라스까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에서, 이 집은 꼼꼼하게 설계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