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집에는 새 집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1940년대에 지어진 이 집은 가족이 오랫동안 꿈꿔온 공간이었다. 매입 당시부터 목표는 하나였다.

집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결을 살리면서 지금의 가족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집으로 만드는 것. 남편과 쌍둥이 아들, 그리고 반려견까지 함께 사는 집이니 기능성도 놓칠 수 없었다.

리모델링의 첫 번째 결정은 과감했다. 거실을 나누고 있던 구조벽을 철거한 것이다. 벽 하나가 사라지자 거실과 계단, 주방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었고, 공간 전체에 빛이 돌기 시작했다. 막혀 있던 집이 숨을 쉬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바닥도 손을 봤다. 원래 깔려 있던 쪽마루는 공사 과정에서 걷어낼 수밖에 없었지만, 같은 재료를 새로운 패턴으로 다시 깔았다. 집의 역사를 지우지 않으면서도 디자인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방식이었다.

주방은 이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공간이다. 회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체크무늬 타일 바닥, 나무 결이 살아있는 슬랫형 캐비닛, 흰 타일 벽면 사이로 드러난 소박한 벽돌. 세 가지 질감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집 주방’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아늑하고 생기 있는 분위기다.


주방 바로 앞에는 다이닝룸이 이어진다. 집주인이 파리의 벼룩시장에서 직접 골라온 앤티크 유리 샹들리에가 천장에 걸려 있고, 그 아래로 나무 테이블과 서로 다른 세 가지 모델의 의자가 놓여 있다. 제각각인 듯하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조합이 공간에 풍성함을 더한다.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도 그냥 두지 않았다. 식물 모티브 벽지로 마감한 파우더룸을 숨겨두었는데,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만나는 작은 공간이 집 전체에 재미를 준다.

본채 뒤편에는 별채가 있다. 아이들 놀이방, 손님방, 세탁실로 나뉜 이 공간은 본채와 같은 디자인 언어를 공유한다. 두 건물 사이에는 라벤더와 자부티카바 나무가 심어진 정원이 있고, 빈티지 스타일 타일로 마감한 야외 샤워 시설도 갖춰져 있다. 집 안에 작은 초록 쉼터가 생긴 셈이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마스터 욕실은 누드톤 타일로 전체를 마감했고, 샤워부스와 욕조를 모두 갖췄다. 아이들 욕실은 초록색 타일에 파란색 구운 시멘트를 더해 색감과 장난기를 살렸다. 같은 집 안에서도 공간마다 다른 표정을 갖고 있다.

쌍둥이 침실은 집 앞쪽에 자리하며, 햇살이 가득 드는 테라스와 연결된다. 흰 외벽에 초록 창틀을 두른 이 집은 ‘초록 집’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오래된 것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삶을 담아낸, 그 균형이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