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건물이 사라진 자리에 전혀 다른 집이 들어섰다. 기존 건물이 더 이상 두 사람의 삶을 담아내지 못하게 되었을 때, 부부는 과감히 철거를 선택했다.

약 590평의 대지 위에 새로 올라선 이 2층 주택은 약 209평의 건축 면적을 갖추고 있다. 넓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집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 집은 그 공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소재의 조합이다. 콘크리트 구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석재와 재조림 목재, 격자형 패널, 그리고 넓은 유리창이 층층이 어우러진다.

차갑고 단단한 것과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한 건물 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 눈길을 끈다. 유리창은 단순한 채광 장치가 아니라, 실내와 바깥 풍경을 하나로 잇는 연결 통로처럼 기능한다.


1층은 거실과 다이닝룸, 와인 저장고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흐름은 주방을 거쳐 수영장까지 뻗어 나간다. 공간과 공간 사이에 억지로 경계를 만들지 않은 덕분에, 집 안에서 움직이는 동선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


2층 침실에서는 주변의 푸른 녹지가 창 너머로 펼쳐진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6.7미터 높이의 탁 트인 거실 공간이 시원하게 열려 있다. 그 높이감이 주는 개방감은 사진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다.


이 집이 단순히 보기 좋은 데서 그치지 않는 이유가 있다.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하고, 빗물을 모아 재사용하며,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관리한다. 아름다운 집이 동시에 환경을 생각하는 집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공간은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인테리어는 절제된 색감을 기본으로 한다. 중성적인 톤의 배경 위에 파란색과 흰색 포인트가 더해지고, 천연 소재의 패브릭이 공간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대부분의 가구는 새것이지만, 거주자들이 직접 수집한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집에 개인의 이야기가 스며든다. 완벽하게 꾸며진 쇼룸이 아니라,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의 취향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깔끔한 선과 자연 소재, 그리고 사람의 흔적이 함께 존재하는 집. 새로 짓는다는 건 단순히 건물을 올리는 일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일임을 이 주택은 잘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