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 아래에 빛이 산다. 지상 2층, 지하 2층으로 이루어진 이 빌라는 약 300평 규모로, 개인 주거 공간이자 예술이 숨 쉬는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가족의 일상을 품으면서도 그림을 걸고, 음악을 듣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기능한다. 두 가지 역할이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것이 이 집의 핵심이다.

이 집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지하에 자리한 예술 공간이다. 땅속에 있지만 어둡지 않다. 천장에 세심하게 뚫린 채광창을 통해 햇빛이 콘크리트 벽 깊숙이 스며들고, 그 빛줄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방향을 바꾼다. 오전과 오후, 봄과 겨울이 다른 선을 그린다. 빛이 곧 시계이고, 달력이다.

이 지하 공간은 하나의 용도로 규정되지 않는다. 전시가 열리기도 하고, 악기 소리가 울리기도 하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커다란 유리창과 군더더기 없는 평면 구성 덕분에 빛이 구석까지 고루 퍼지고, 다양한 활동들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위층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침실, 욕실, 주방, 거실 같은 전통적인 주거 공간이 자리하는데, 구조와 비례, 소재 선택 하나하나가 편안함을 향해 맞춰져 있다. 커다란 문과 문턱이 방과 방 사이를 나누면서도 연결하고, 옷장과 서재 같은 작은 공간들이 큰 방 안에 겹겹이 품겨 있다.

소재는 절제되어 있다. 콘크리트, 나무, 돌, 황동, 흰 벽. 이 다섯 가지가 전부다. 화려하지 않지만 손으로 만지고 싶어지는 질감이 있다.


계단 디테일 하나에도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데,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의 건축 언어에서 영감을 받은 이 집의 소유주가 그의 작업 방식을 공간 곳곳에 녹여냈다. 계단이 바 테이블로 이어지고, 통으로 된 대리석 덩어리를 깎아 세면대를 만드는 방식이 그 예다.


집 바깥으로는 정원이 사계절을 담는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생기고, 가을에는 잎이 물들고, 겨울에는 고요함이 내려앉는다. 관상용 풀과 과일나무, 꽃 피는 관목들이 어우러져 창밖 풍경이 계절마다 달라진다.


벽 사이, 가구 사이, 심지어 식탁 안에도 의도적으로 틈이 만들어져 있다. 빛이 지나가거나, 작은 예술 작품이 놓이거나, 실용적인 수납 공간이 되는 이 틈들은 공간을 분리하면서도 연결한다. 사적인 공간과 함께하는 공간, 땅과 하늘을 잇는 이 집의 방식과 닮아 있다.


독서, 그림 그리기, 낮잠, 파티. 어떤 활동도 이 집 안에서 어색하지 않다. 삶의 모든 장면을 담을 수 있도록 설계된 그릇 같은 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