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으로 쌓은 벽이 집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경사지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한 이 주택은 단일 건물이 아니라 세 개의 독립된 매스로 나뉘어 있다. 각 공간은 지붕이 있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경사진 지형에 자연스럽게 대응하면서도 집 전체의 동선이 하나로 이어진다.

외벽은 황토를 다져 만든 흙다짐 벽과 밝은 톤의 집성목이 주재료다. 시공 전 여러 차례 색상 샘플을 테스트해 목재와 어우러지는 마감 색을 찾아냈고, 벽 위쪽에 낸 천창을 통해 햇빛이 하루 종일 흙 표면을 타고 흐르며 층층이 쌓인 질감을 드러낸다.

현관 입구에는 대형 피벗 도어가 달려 있어, 묵직하면서도 개방적인 첫인상을 만들어낸다.

거실은 세 매스 중 가장 높은 지붕 아래에 위치한다. 집성목 빔이 천장을 가로지르고, 대형 유리창 너머로 숲이 그대로 실내 풍경이 된다. 바닥은 트래버틴, 조명은 구리 소재로 마감해 과하지 않으면서도 정돈된 분위기를 낸다.


거실 옆에는 폴딩 목재 패널로 개폐가 가능한 패밀리룸이 따로 있다. 패널을 열면 거실과 연결되고, 닫으면 독립된 공간이 된다. 이 방의 그린 소파가 집 전체 인테리어 컬러의 출발점이 됐다. 소파 색에서 영감을 받아 게임 테이블 의자의 스트라이프 패브릭, 러그, 주방 바 스툴까지 그린 계열로 이어진다.

주방은 벽, 천장, 수납장을 모두 목재로 마감해 하나의 연속된 면처럼 보인다. 중앙에는 흰색 아일랜드가 놓여 있고, 그 위로 사각형 천창이 자연광을 끌어들인다. 아일랜드 주변에 그린 바 스툴을 배치해 가족과 손님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자리가 된다.

수영장은 직사각형이 아닌 자연 호수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형태로 설계됐다. 불규칙한 돌 테두리가 특징이며, 본채보다 한 단 낮은 레벨에 위치해 정원 뷰를 가리지 않는다. 같은 레벨에 스파, 어린이 공간, 서비스 공간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침실은 양쪽 끝 매스에 배치되어 거실과 다이닝룸의 소음에서 분리된다. 내부에는 빌트인 책상과 선반이 갖춰져 있어 침실과 홈오피스 기능을 동시에 소화한다.

욕실은 흙다짐 벽과 목재 루버 천장으로 마감됐고, 천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슬랫 사이를 통과하며 흙벽의 질감을 하루 내내 다르게 보여준다.

세면대는 거친 모서리가 살아있는 조각적인 형태의 석재로 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