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남부 태평양 해안, 약 450평 대지 위에 지은 집이다. 바닷가 동네지만 땅이 해변에 바로 붙어 있지는 않아서, 설계를 맡은 쪽은 억지로 바다를 향해 창을 내는 대신 시선을 집 안쪽으로 돌렸다. 나무와 마당, 물, 그리고 몇 가지 재료만으로 집 안에 작은 풍경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집은 집 밖 풍경이 아니라 집이 품은 풍경으로 기억된다. 사방을 두른 초록 마당, 방들을 정리하는 가운데 수영장, 그 물 위로 뚫린 둥근 하늘 구멍이 집의 뼈대를 이룬다.
외관과 배치

첫 번째 결정은 집을 땅의 경계선과 나란히 놓지 않고 대각선으로 비틀어 앉힌 것이었다. 그러자 직사각형 건물과 담 사이에 삼각형의 자투리 땅이 여러 개 생겼고, 그 자리마다 나무를 심어 마당으로 만들었다. 이 초록 띠가 이웃집과 이 집 사이의 자연스러운 가림막이 된다.

재료는 노출 콘크리트와 원목 두 가지로 끝냈다. 덥고 습한 해안 기후에서 오래 버티는 재료를 고르되, 시간이 지나면 주변 풍경과 함께 낡아가도록 일부러 마감을 덧입히지 않았다. 콘크리트가 건물의 단단한 틀을 잡고, 나무가 그 위에 온기를 얹는 구조다.
옥상

지붕에는 흙을 덮고 풀을 심어 올라가서 쓸 수 있는 정원으로 만들었다. 1층에서는 일부러 바다를 등졌지만, 옥상에 올라가면 바다와 반대편 산까지 한 번에 내다보인다. 집이 차지한 만큼의 초록을 지붕 위에 되돌려 놓은 셈이다.
흙과 식물이 지붕을 덮고 있어 한낮의 열기가 실내로 바로 내려오지 않는다. 에어컨에 기대지 않고 집을 식히는 장치이면서, 공사로 사라진 땅의 몫을 조금이나마 갚는 방법이기도 하다.
수영장

집 한가운데는 방이 아니라 수영장이 있다. 직사각형 건물의 중심을 비우고 그 자리에 물을 채웠는데, 집의 모든 공간이 이 물을 향해 열려 있다. 어디에 있어도 시선이 결국 수영장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이 수영장은 수영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집을 나누는 벽 역할도 한다. 물을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거실과 주방 같은 함께 쓰는 공간, 반대쪽에는 침실 두 개가 놓여 있다. 침실로 가려면 물 위에 띄운 것처럼 보이는 좁은 길을 건너야 하니, 방으로 들어가는 길 자체가 하루의 전환점이 된다.

수영장 위 천장에는 둥근 구멍이 뚫려 있어 하늘이 그대로 들어온다. 해가 움직이는 대로 빛의 동그라미가 물 위와 주변 벽을 타고 옮겨 다니는데,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는 게 보인다.
다이닝룸과 주방

실내에서는 거친 콘크리트 벽이 원목과 짜임 장식, 흙색 가구를 만나 훨씬 부드러워진다. 커다란 둥근 원목 식탁 둘레에 단순한 원목 의자를 두었고, 의자마다 붉은색으로 엮은 방석을 올려 색을 한 점씩 찍었다.

콘크리트 벽에 기대 놓은 긴 원목 벤치는 초록색 끈으로 엮은 좌판을 얹어 손으로 만든 느낌을 더한다.

주방은 다이닝룸 뒤쪽으로 물러나 있다. 원목 수납장과 열린 선반이 같은 재료를 잇고, 창에는 나무 살대 가림막을 달아 뜨거운 햇빛은 거르면서 바깥 나무와 산은 보이게 했다. 식탁 위에는 펜던트 조명을 내리고, 천장에는 검정 선풍기를 달아 더운 날씨에 대비했다.
야외 거실

원목 틀로 짠 큰 개구부가 실내와 지붕 덮인 바깥 공간을 하나로 이어 준다. 그 바깥에도 화분과 가구를 두어 거실이 벽 너머까지 이어지는 셈인데, 무엇이 안이고 무엇이 밖인지 경계가 흐릿하다. 마감하지 않은 콘크리트, 따뜻한 원목, 엮은 천, 테라코타 색 소품이 어우러져 맨발로 다니고 싶은 집이 됐다.
출처: casacien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