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이 집을 품었다. 오래전 지어두고 십수 년간 비워뒀던 집이 있다. 경사진 산비탈 위, 돌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작은 마을 안에 자리한 이 집은 방치된 세월만큼 곳곳이 낡고 기울어 있었다.

기초가 얕아 지반이 내려앉고, 산벽에서는 습기가 배어 나왔다. 그 상태로 발견된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기존 뼈대를 살려 보강하고 수선하는 방향으로 개조가 시작됐다.

외벽은 현대식 다짐흙 공법으로 마감했다. 재료는 주변 산에서 직접 가져온 암석을 대거 활용했다. 거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면은 오래된 시간의 흔적처럼 읽히고,

대지색 흙벽과 무성한 초록이 어우러져 새로 지은 건물임에도 이질감이 거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바람에 씻기고 햇볕에 바래면서 산의 일부처럼 스며들 것이다.


내부는 조용하고 담백하다. 원래 구조에는 복잡하게 얽힌 보가 많았고, 창과 문의 비례가 맞지 않아 공간 전체가 답답하게 닫혀 있었다.

구조상 보를 없앨 수 없어 그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되, 경사를 활용해 단순한 덩어리감으로 정리했다. 조명과 설비도 그 안에 숨겼다. 전체를 저채도 마이크로시멘트로 덮고 나자 공간이 한결 가볍고 맑아졌다.

창을 크게 내어 바깥 풍경이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앞으로는 저수지가 보이고, 뒤로는 산이 겹겹이 쌓인다.

마 소재 패브릭, 오래된 나무, 도자 소재 조명이 자연광과 함께 공간 안에 녹아 있다. 가구 배치는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느낌으로, 장식을 최대한 걷어내고 실제 쓰임에 맞게 놓였다.

복도를 지나면 차 마시는 공간이 나온다. 테이블과 의자, 다기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창밖으로 산이 보이고, 저녁이면 노을이 붉게 물든다. 집주인이 가장 즐겨 머무는 자리라고 한다.

지하 1층 다이닝룸에는 공사 중 우연히 드러난 산의 암반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집주인의 제안으로 철거하지 않고 공간 안에 품었다.

처리를 거친 암반은 하나의 오브제처럼 벽면에 자리하며, 이 집이 산 위에 얹힌 것이 아니라 산과 함께 자라난 것임을 보여준다.

침실은 낮고 조용하다. 바닥을 단 높이로 올린 구역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나누고, 통창을 통해 산 풍경이 정면으로 들어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