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실이 꼭대기 층에 있다. 이 집은 일반적인 주택의 층 구성을 완전히 뒤집었다. 침실은 아래에, 거실과 다이닝룸은 가장 높은 층에 배치했다. 덕분에 가족이 함께 쓰는 공용 공간이 가장 탁 트인 채광과 전망을 누린다.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파사드 전체를 규격화된 몰딩 보드를 반복 배열해 마감했는데, 흔한 건축 자재를 리듬감 있게 쌓아 올려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냈다. 비용을 통제하면서도 시각적 존재감을 확보한 방식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블랙 스틸과 원목을 조합한 계단이 위아래로 뻗어 있다. 층마다 다른 생활 공간이 펼쳐지는 구조라 집 안을 이동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
현관 입구에는 키 큰 반투명 유리창이 달려 있어 외부 시선은 차단하면서도 자연광을 충분히 끌어들인다.


복도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메인 침실이 나온다. 큰 문을 열면 바로 전용 발코니로 연결되고, 주변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개방감이 방 전체를 가볍게 만든다. 욕실에는 이 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디테일이 있다.

침실 바닥에 깔린 원목 마감재가 욕실 벽면까지 수직으로 이어지며, 독립형 욕조의 배경이 된다. 바닥과 벽이 같은 소재로 연결되면서 두 공간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블랙 스틸 계단을 타고 최상층으로 올라가면 거실과 다이닝룸이 펼쳐진다. 오픈형 구조에 채광이 풍부해 마치 다락 같은 분위기가 난다. 거실 한쪽 벽이 통째로 열리며 후면 발코니와 연결되는데, 높은 층에서 내려다보는 뷰가 이 공간의 가장 큰 강점이다.

거실에서 원목 계단 몇 칸을 내려가면 주방이 나온다. 이 계단은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라 캐주얼한 좌석으로도 활용된다. 주방은 한쪽 벽을 흰색 수납장으로 가득 채우고, 블랙 아일랜드를 중심에 배치했다.

아일랜드 상판은 길게 뻗어 있어 간단한 식사나 대화를 나누기에 딱 맞는 높이다. 수납장 한 칸 안에는 파우더룸이 숨겨져 있고, 계단 난간은 별도의 마감재 없이 석고보드 그대로 마감해 오히려 깔끔한 건축적 선을 만들어낸다.

집 곳곳에서 비용 효율을 고려한 선택들이 보인다. 블랙 페인트 스틸 계단, 코리안 소재 세면대, 석고보드 난간 등 일반적인 건축 자재를 그대로 쓰되 디자인적으로 다듬었다.
붙박이장 치수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조립식 선반 제품에 맞춰 설계해, 맞춤 제작처럼 보이는 수납 공간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완성했다.

메인 침실 아래층에는 독립된 세컨드 하우스가 있다. 침실 두 개, 욕실, 거실, 다이닝룸, 주방, 전용 야외 공간까지 갖춘 완전한 주거 단위다.

아이들이 성장하면 이 공간을 본채와 연결해 하나의 집으로 합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구조를 설계했다. 1층에는 이 세컨드 하우스와 함께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