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외벽 하나로 주변을 압도하는 집이 있다. 언덕 위에 홀로 솟아 있는 이 집은 흰색 단색으로 마감되어 있어 멀리서 보면 거의 금욕적인 인상을 준다.

옆집들이 회벽으로 소박하게 마무리된 것과 달리, 이 집은 처마에서 시작해 지붕 꼭대기까지 길게 뻗은 창문이 하늘빛을 그대로 빨아들인다. 날씨에 따라 창문의 색이 달라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건물 자체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작은 대문을 열고 좁은 통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언덕 위 현관 마당이 나온다. 외관에서 풍기던 그 엄숙한 분위기가 내부에서도 이어진다. 그런데 천천히 걷다 보면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올라온다. 차갑고 단단한 첫인상 뒤에 숨어 있던 집의 본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가구가 없다는 사실이다. 의자도, 찬장도 없다. 대신 거실 바닥에는 수납공간이 내장된 좌석 단상이 놓여 있어 공간 전체를 정의한다.

이 단상의 일부는 버튼 하나로 공압식 다리가 올라오거나 내려가는 구조다. 부드러운 쿠션 몇 개가 여기저기 놓여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현대 생활의 온갖 잡동사니를 걷어낸 자리에 공간의 구조 자체가 드러난다. 콘크리트 바닥에서 시작해 주방 쪽으로 층층이 올라가다가 스테인리스 조리대에서 평평하게 마무리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이끈다.


주방에 서면 골목길보다 한 층 위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주방 한쪽 끝에서 계단이 꺾이며 위층 다락방 침실로 이어진다.


약 20평의 도심 공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시야가 트인다. 넓은 창문과 천창이 시선을 바깥으로 끌어당기고, 지붕이 날개처럼 펼쳐지는 구조 덕분에 공간의 물리적 한계가 흐릿해진다.

창문은 골목길의 일상적인 풍경 너머로 멀리 산봉우리까지 시선을 닿게 한다. 마치 망원경처럼. 버튼 하나로 지붕이 공압식으로 열릴 수 있다는 상상을 더하면, 이 집이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하늘을 향해 열린 전망대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