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방앗간 건물이 가족의 일상을 담는 집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완만한 경사지 위에 자리한 이 건물은 18세기 초에 지어진 농지 단지의 일부였다.
본채, 경작지, 타작마당, 우물, 그리고 작은 부속 건물들이 함께 어우러진 이 단지는 원래 가족 모임과 축하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쓰였다. 하지만 엄격하게 구획된 구조 탓에 실제 생활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본채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건축주 가족은 이 옛 수영장 건물에서 3개월을 임시로 지냈다. 그 짧은 시간이 전환점이 됐다. 불편할 것 같았던 공간에서 오히려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렇게 이 건물은 단순한 보조 공간에서 벗어나 가족의 중심 공간으로 다시 설계되기 시작했다.

설계의 핵심은 겉모습은 지키되 안은 완전히 바꾸는 것이었다. 외벽의 기하학적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셔터를 달아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본채와 형식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 건물만의 독립적인 분위기를 갖도록 보다 현대적인 건축 언어를 더했다. 서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것이 설계 전반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약 156평 규모의 이 집은 아래층과 위층으로 나뉜다. 아래층은 거실, 다이닝룸, 주방을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이어붙였다. 따뜻한 원목 소재가 전체 공간을 감싸고, 슬라이딩 패널 하나로 주방과 거실 사이의 개방감이나 프라이버시를 그때그때 조절할 수 있다.


세탁실, 팬트리, 다용도 욕실, 차고도 이 층에 함께 배치됐고, 드레스룸과 욕실, 외부로 바로 이어지는 스파 공간을 갖춘 마스터 침실도 아래층에 자리한다.

위층에는 두 개의 침실과 넓은 거실이 있고, 모든 공간에서 발코니로 나갈 수 있다. 경사진 지붕에는 채광창이 전략적으로 뚫려 있어 자연광이 깊숙이 들어온다.
지붕이 건물 바깥쪽으로 더 뻗어 나와 지붕 있는 야외 공간을 만들어낸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햇빛을 막으면서도 외부와 연결된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집 안에서 가장 상징적인 요소는 원래부터 있던 계단이다. 현관 바닥과 이어지는 돌계단이 아래에 있고, 그 위로는 가볍고 현대적인 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오래된 돌과 새로운 목재가 나란히 놓이면서 이 집의 시간이 한눈에 읽힌다. 계단 하나가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을 잇는 동선에 리듬을 만들어낸다.

건축 자재는 주변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소재들로 골랐다. 내부는 연속성과 유동성을 중심에 두고,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삶에 맞게 다시 쓴 이 집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