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아파트가 있다. 건물 외관을 가득 채운 것은 꽃잎 모양의 발코니다. 각 층마다 부드럽게 휘어진 곡선형 발코니가 이어지며, 멀리서 보면 건물 전체가 마치 꽃 한 송이가 천천히 벌어지는 듯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이 발코니가 이 건물의 가장 강렬한 인상이자 정체성이다.

발코니의 역할은 단순히 시각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조각적인 곡선 형태 덕분에 직사광선을 자연스럽게 차단하고, 세대 간 시선을 가려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내부로는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동시에 탁 트인 바깥 풍경을 액자처럼 담아내며, 실외 생활 공간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완성된 건물은 가볍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지만, 실제 시공 과정은 상당히 복잡했다. 철근 콘크리트 골조를 기본 구조로 삼고, 강철 보조 구조물과 석고보드 마감재를 조합해 캔틸레버 방식으로 돌출된 발코니 형태를 구현했다. 이 방식 덕분에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로운 곡선 형태를 실현할 수 있었다.

마감재는 철저하게 절제되어 있다. 외부와 내부 모두 화이트 톤으로 통일해 실내외 경계를 자연스럽게 이어붙였다.

광택 있는 흰 표면은 지중해 특유의 강한 햇빛을 반사하며 곡선의 입체감을 한층 도드라지게 만들고, 전체적으로 밝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