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74평짜리 아파트에 정원이 있다. 그것도 수영장 바로 옆에, 주방이 붙어 있는 형태로. 처음 들으면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이 집을 보고 나면 오히려 이게 가장 자연스러운 배치라는 생각이 든다.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정원의 향기와 색채를 어떻게 하면 일상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그 답은 생각보다 과감한 방식으로 실현됐다.

기존 주방의 위치를 통째로 바꿔, 정원과 수영장에 인접한 공간으로 옮긴 것이다. 덕분에 주방은 평일엔 조용히 요리하는 공간이 되고, 주말엔 테라스와 이어지는 파티 공간으로 변신한다.

주방을 건물의 원래 구조 밖으로 꺼내면서 예상치 못한 이점도 생겼다. 천장 높이를 3.5미터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고, 대형 유리 패널을 새로 시공해 빛이 깊숙이 들어오는 구조가 완성됐다. 유리 패널은 접이식 블라인드로 가릴 수 있어, 빛의 양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이 재배치는 단순히 주방 하나의 문제가 아니었다.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 사이의 비율 자체가 달라졌다. 집주인의 아들과 손님을 위한 보조 침실 두 개가 더 넓어졌고, 마스터 침실도 균형 잡힌 크기를 갖추게 됐다.

테라스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로 바뀌었다. 나무 데크 플랫폼과 시멘트 질감의 석재, 잔디가 조화를 이루고, 크고 작은 화분과 나무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수영장은 구조를 바꾸지 않고 타일 마감만 새로 입혀 원래 자리를 지켰다.

실내로 들어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천장을 보면 콘크리트 들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마감재를 걷어내고 구조를 노출시킨 것인데, 이게 오히려 공간에 무게감과 질감을 더한다.

철제 프레임에 매달린 맞춤형 선반이 마치 콘크리트 천장을 받치는 것처럼 보이는 시각적 효과도 이 집의 핵심 장치 중 하나다.

이 선반을 따라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거실에서 시작해 악기들이 놓인 공간을 지나 홈시어터로 흘러가는 동선이 하나의 선처럼 연결된다. 사교적인 공간에서 점점 개인적인 공간으로 스며드는 구조다.

복도를 지나 침실 구역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흰색과 밝은 목재 마감재가 주를 이루며, 거실의 강렬한 인상과 대비되는 조용한 공기가 흐른다. 욕실은 도자기 타일과 마이크로시멘트를 함께 써서 통일된 색감 속에 따뜻함을 담아냈다.

정원에서 시작된 하나의 아이디어가 집 전체의 구조를 바꾸고, 그 변화가 다시 공간 하나하나의 성격을 만들어냈다. 이 집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흐름이 억지스럽지 않다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