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마다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집” 이동할 때마다 놀라움이 기다리는 36평 아파트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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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집닥이 정답인 이유

이동할 때마다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 집이 있다. 약 36평 규모의 이 집은 ‘놀라움’이라는 단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의뢰인이 원한 건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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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곳곳이 각자의 분위기를 가진 독립된 공간으로 나뉘되, 그 공간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그 바람이 고스란히 설계에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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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구조는 개인 안뜰을 중심으로 주변을 따라 동선이 이어지도록 짜여 있다. 방과 방 사이를 이동할 때마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그 전환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된다. 단순히 공간을 나눈 게 아니라, 거주자가 집 안을 걷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여정으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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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방은 마치 무대 세트처럼 구성되어 있다. 색채와 소재, 형태가 방마다 다르게 조합되어 있어, 문 하나를 열고 들어설 때마다 전혀 다른 공간에 발을 들이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도 집 전체의 흐름은 끊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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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으로 제거할 수 없었던 기둥과 보는 네온 색상의 아크릴로 감쌌다. 처음엔 어쩔 수 없이 남겨둔 요소였지만, 결과적으로 공간을 가르는 동시에 연결하는 조형물이 되었다. 빛을 걸러내고 반사를 일으키며, 거실과 침실 사이의 경계를 무대 조명처럼 연출한다. 기술적 한계가 공간의 핵심 장치로 뒤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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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룸에는 가지색 래커 마감의 곡선형 벽 패널이 배경처럼 자리한다. 보랏빛에 가까운 짙은 색감이 공간 전체를 감싸며, 예상치 못한 색의 등장이 오히려 공간에 서사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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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은 흰색 타일과 짙은 파란색 가구의 대비가 시선을 잡아끈다. 여기에 물결치는 형태의 석재 조리대가 더해지는데, 마치 지형도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기능적인 요소가 그 자체로 하나의 조형 작품이 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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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은 두 개가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다. 하나는 곡선 구조와 작은 타일, 과감한 색채로 꿈결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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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매끄러운 표면과 차분한 색조로 조용하고 사색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같은 집 안에 있지만 전혀 다른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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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뜰은 집 전체의 연극적인 분위기와 대조를 이루는 공간이다. 건축적 형태는 부드러워지고, 색은 자연에 가까워지며, 식물이 감각적인 층위를 더한다. 복도와 침실 욕실도 마찬가지로, 이 세 공간은 방과 방 사이를 잇는 전환 구간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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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방들의 합이 아니다. 각 방이 하나의 장면이고, 이동하는 순간마다 새로운 발견이 기다린다. 놀라움은 어느 한 순간에 그치지 않고, 집 전체를 관통하는 설계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