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담이 집을 짓는다.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주택은 오래전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이 쌓아 올린 가축 우리의 돌담에서 출발했다. 빙하가 남긴 돌을 모아 쌓은 전통 방식 그대로, 두꺼운 석재 벽이 1층 전체를 구성하며 집의 뼈대를 이룬다.

이 돌벽은 단순한 구조재가 아니다. 경사진 언덕 안으로 파고들며 집의 부피를 감추고, 틈새마다 바깥 풍경을 액자처럼 잘라낸다.

덕분에 실제로는 꽤 큰 규모임에도 도로에서 바라보면 작고 소박한 집처럼 보인다. 5인 가족이 연중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이렇게 조용히 숨겨놓은 것이다.

1층 중앙에는 거실과 다이닝룸, 주방이 하나로 이어진 오픈형 공간이 펼쳐진다.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슬라이딩 유리문이 벽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면 동쪽에서 서쪽까지 막힘 없는 뷰가 열린다. 일출부터 일몰까지 빛의 방향이 바뀌는 내내 공간의 표정도 함께 달라진다.

내부에서도 돌벽은 계속 이어진다. 공간과 공간 사이를 나누되 막지 않는 방식으로, 독립형 수납장과 빌트인 선반이 그 사이를 채운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놓인 선반 유닛은 시선을 살짝 가리면서도 공간의 개방감을 해치지 않는다.


메인 공간 외에도 아늑한 코너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풀장이 내려다보이는 창가에는 빌트인 벤치 시트가 달린 작은 다이닝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별도의 거실 공간에서는 수변 풍경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다.

2층에는 두 개의 박공지붕 매스가 올라앉는다. 원래 이 땅에 있던 오래된 코티지를 닮은 형태로, 각각 독립된 계단을 통해 오르내린다.
두 매스 사이에는 루프 데크가 놓여 있고, 두 동이 살짝 비틀린 각도로 배치되어 있어 각 침실마다 호수, 바다, 자연보호구역 중 가장 좋은 방향의 뷰를 확보할 수 있다.

외관은 소박하지만 침실 내부는 다르다. 천장이 높게 솟은 볼트형 구조 덕분에 공간감이 상당하다. 맞춤 제작된 우드 헤드보드에는 협탁과 조명이 일체형으로 통합되어 있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창문 너머로 호수와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욕실에는 굵은 블랙 프레임의 샤워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집 전체에 사용된 블랙 창틀과 같은 디테일로, 밝은 마감재 사이에서 선명한 대비를 만들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