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0㎡, 약 166평 부지에 올라선 중층 주거 건물이 있다. 숫자만 보면 평범하다. 그런데 이 건물 안에 들어서는 순간, 일반적인 아파트에서 느끼던 그 답답함이 사라진다.

비결은 구조에 있다. 각 세대의 평면 한가운데에 테라스가 자리한다. 거실도, 주방도, 침실도 아닌 열린 외부 공간이 집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다. 전통 이란 주택에서 안뜰이 집 전체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이 집도 그 원리를 현대적으로 되살렸다.

현관을 열면 작은 전이 공간이 나온다. 바깥과 안을 나누는 완충 지대 같은 곳인데, 이 공간이 테라스와 직접 연결된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사이에 숨을 고르는 자리가 생기는 셈이다. 문을 닫는 순간 세상과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집 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테라스를 중심으로 거실, 주방, 침실, 서비스 공간이 모두 배치된다. 어느 방에서든 시선을 돌리면 열린 하늘이 보인다. 자연광이 집 깊숙이 들어오고, 바람이 통하며, 계절이 바뀌는 것을 실내에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밀집된 도시 주거에서 이런 감각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공간을 나누는 방식도 눈에 띈다. 주방과 거실, 현관과 테라스 사이를 슬라이딩 유리 패널로 구분했다. 패널을 닫으면 각 공간이 독립적으로 기능하고, 열면 경계가 사라지며 집 전체가 하나로 이어진다. 실내가 바깥으로 확장되는 그 순간, 집의 크기가 달라진다.

벽돌이 이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수작업으로 만든 벽돌이 중앙 공간의 벽을 감싸고 있는데, 손으로 만진 듯한 거친 질감이 공간에 온기를 더한다.

외관의 절제된 석재와 내부의 따뜻한 벽돌이 대비를 이루며, 안과 밖이 서로 다른 표정을 갖는다. 석재는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인상을 주고, 벽돌은 오래된 가정의 기억을 불러온다.

이 집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인테리어 트렌드가 아니다. 어떤 구조 안에서 사람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빛과 바람, 계절의 변화를 집 안에서 느낄 수 있을 때, 일상이 달라진다. 테라스 하나가 집 전체의 성격을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