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덩어리가 공중에서 만나는 집이 있다. 경사진 750㎡(약 227평) 부지 위에 360㎡(약 109평) 규모로 지어진 이 주택은, 땅의 기울기를 문제로 보지 않고 오히려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위쪽 덩어리는 경사면 위에 남북 방향으로 길게 놓이고, 아래쪽 덩어리는 가장 낮은 지점에 수직으로 세워진다. 두 덩어리가 교차하는 그 지점에는 아무것도 없다. 비어 있다. 그 빈 공간이 마치 다리처럼 보인다는 데서 이 집의 이름이 비롯되었다.

위쪽 덩어리는 햇빛이 과도하게 들어오지 않도록 방향을 조절해 배치했다. 뜨거운 햇살을 막으면서도 자연광을 적절히 끌어들이는 방식, 그 균형이 이 집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다.

2층 구조로 이루어진 내부는 앞쪽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지키면서도, 큰 창문을 통해 실내와 바깥 녹지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거실과 주방이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공간을 넓고 시원하게 만든다. 공용 공간은 위층에 모아두고, 현관 역할을 하는 공간은 아래쪽에 배치해 동선이 명확하게 분리된다.

차고에서 바로 들어올 수 있는 1층에는 안방과 가족실이 자리한다. 모든 방은 영국식 정원 형태의 반외부 공간을 통해 직접 환기된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받아들이고, 맞바람이 생기도록 설계된 덕분에 기계 장치 없이도 공기가 순환한다. 같은 층 반지하에는 서비스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재료는 이 집의 조형적 구성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외벽에는 균일한 질감의 석판을 사용해 덩어리의 경계를 또렷하게 표현했다.

콘크리트는 슬래브와 보를 그대로 드러내며 구조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끌어올린다. 목재는 각 공간에 온기를 더하고, 유리는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며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흘러가도록 돕는다.

석판, 콘크리트, 목재, 유리. 네 가지 재료가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의 언어로 읽힌다. 차갑고 단단한 것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 한 공간 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방식이 이 집을 단순한 건물 이상으로 만든다.

경사지를 극복하는 대신 그 위에 올라탄 집. 비어 있는 공간이 오히려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