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시림이 사방을 감싸고, 경사진 땅 위에 조용히 앉아 있는 집이 있다. 약 63평 규모의 이 주택은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경사지에 자리한다.

설계의 출발점은 단 하나였다. 자연을 이기려 하지 않는 것. 조망, 햇빛, 바람, 식생 — 땅이 가진 모든 조건을 읽고, 그것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집의 위치와 형태가 결정됐다. 부지의 중앙 3분의 1 지점에 집을 앉힌 것도 그 이유에서다.

의뢰인이 원한 건 크고 화려한 집이 아니었다. 지형에 맞게 공간을 쓰고, 창밖 풍경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작은 집. 주방과 다이닝룸, 거실이 하나로 이어지는 열린 구조를 통해 가족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집의 구조는 두 가지 상반된 인상을 동시에 품고 있다. 땅에 단단히 박힌 석조 구조물과, 그 위에서 가볍게 뻗어 나가는 철골 구조물.

‘W’자 형태의 철골 프레임이 대지를 따라 모듈 방식으로 펼쳐지다가, 끝에서 공중으로 돌출된 캔틸레버 구조로 마무리된다. 이 돌출된 공간이 바로 집의 하이라이트다. 사방이 트인 전망대처럼, 숲과 하늘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리다.


재료 선택에도 분명한 의도가 있다. 욕실, 주방, 세탁실, 차고는 흰 벽과 절제된 창으로 단순하게 처리했다. 반면 거실과 다이닝룸, 안방은 짙은 회색 강판으로 마감된 금속 구조물로 감싸여 있다.

무거운 석조와 날카로운 금속의 대비가 공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커다란 창은 그 경계를 지우듯, 실내와 숲을 하나로 잇는다.

집 바깥으로 나서면 테라스가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정원, 입구, 갤러리처럼 확장된 공간, 그리고 수영장과 나무들이 차례로 펼쳐진다. 각 테라스는 단순한 외부 공간이 아니라, 집의 연장선이자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통로처럼 설계됐다.

콘크리트 벽 사이에 현지 돌을 채워 넣고, 돌망태를 쌓아 산의 질감을 그대로 끌어왔다. 그 사이사이에는 이 지역 고유의 풀과 나무들이 자리를 잡았다.

우아하게 흔들리는 풀,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흰풀, 그리고 케브라초와 알가로보, 가라바토 나무들. 심어진 것인지 원래 있던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